‘병원 이송’에 단식 끝낸 황교안…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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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9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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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단식농성중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밤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 농성장에서 건강악화로 쓰러져 구급대에 실려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2019.11.27/뉴스1
8일째 단식농성중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밤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 농성장에서 건강악화로 쓰러져 구급대에 실려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2019.11.27/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건강 악화와 당의 만류로 8일차 단식 농성을 병원에서 마쳤다. 황 대표의 단식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를 이끌어냈으며, 단식을 통한 리더십으로 공천 물갈이 발표 역시 잡음없이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 요구 부분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지 못했으며, 지속되는 강경 노선 역시 중도진영으로의 지지층 확대에는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당초 황 대표가 지난 20일 단식을 시작했을 때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황 대표는 단식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연기,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철회 등을 요구했지만, 세가지 요구 모두 조금 쌩뚱맞다는 지적이었다.

지소미아 종료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패스트트랙 법안들은 논의는 지속되고 있었지만, 이렇다할 액션을 할 타이밍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결국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조건부로 연기되면서 황 대표의 단식 역시 일부 성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 논의 부분에서도 야권 진영의 목소리를 키운 상황이다. 황 대표 단식 농성장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의 범여권 인사들이 연이어 방문하면서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을 다소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단식이 당내 리더십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도 봤다.

황 대표가 단식을 한 이틀차인 21일 당 총선기획단은 현역 의원 절반이상 교체, 현역 의원 3분의 1 컷오프(공천 배제) 원칙을 제시했다.

평소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면 이같은 발표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쏟아질 법도 하지만 당내에서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컸다. 황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황 대표의 이번 단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황 대표가 단식까지 내걸며 선거법·공수처 설치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정치권 인사들도 농성장을 찾았지만 패스트트랙 부분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를 얻어내진 못했다.

관련 논의는 한국당을 제외한 채 이뤄지는 모습이다. 한국당에 남은 것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원직 총사퇴 등의 강수만 남은 것으로 보이지만, 필리버스터마저도 유승민 전 대표가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선점했다는 평가다.

장외투쟁·삭발투쟁에 이은 단식 농성까지 ‘강경 일변도’ 행보 역시 당내 중도 진영 확장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으로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중도 진영으로 외연 학장이 필요하지만, 계속되는 강경 투쟁은 중도층 민심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종교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황 대표 단식 농성장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황 대표 지지자들은 황 대표의 텐트 옆에서 끊임없이 찬송가와 기도를 이어갔다.

특히 기독교 내부에서도 평가가 갈리는 전광훈 목사(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가 황 대표 단식 농성장을 늘 지키고 있어 당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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