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노무현 10주기…슬픔·그리움·결의 담았던 10년의 추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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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3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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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발표’부터 7년 간 상주役…17년 추도식서 “임기동안 불참”
3주기에 “마음의 탈상”…줄곧 ‘마음에 묻고 가치 계승해야’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23일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함평 나비를 날리고 있다(함평군 제공)©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23일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함평 나비를 날리고 있다(함평군 제공)© News1
2009년 5월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상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 그로부터 꼭 10년이 흘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10주기 추도식에 가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까지 매 기일마다 상주 역할로 추모객을 맞이했고, 대통령 당선 후 첫 기일에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라며 절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움과 함께 때로는 그릇된 현실에 대한 개탄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를, 올바른 모습을 보이지 못한 부끄러움을,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올려 왔다. 그러면서도 10년간 한결 같았던 메시지는 ‘노 대통령을 가슴에 묻어두고, 그가 못다 이룬 꿈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그의 오랜 지음(知音)이자 마지막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의 11번의 5월23일을 톺아봤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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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충격적이고 슬픈 일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 오늘 오전 9시30분경 이곳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을 2009년 5월23일 그날의 기억으로 시작한다.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처참한 모습’을 확인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것도, 1분 남짓 대통령의 서거 사실과 원인을 언론에 발표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었다.

2010년 5월23일 1주기 추도식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상임이사 및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추도식과 부산대에서 열린 추모콘서트에 참석한 추도객을 맞이하며 “지금부터는 노무현 대통령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고 그분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해 나가는 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주기인 2011년 5월23일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범야권 인사들을 봉하마을 사저로 초청한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하며 슬픔을 나눴다. 초청 인사들에게 연락한 것은 문 이사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추도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이사장은 “작년 1주기 때도, 올해 2주기에도 비가 많이 왔다. 올해는 슬픔 없이 웃어가면서 하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걸 보니 우리 마음속 슬픔을 보여 주는 것 같다”라며 “2주기를 계기로 새로운 세상, 희망을 다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012년 5월23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자 19대 국회의원 및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던 문 대통령은 3주기 추도식에서 “마음의 탈상”을 한다고 말했다.

항상 절제된 모습을 보여왔던 문 이사장은 이날 밤 11시45분에 자신의 트위터에 “소주 한잔합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탈상이어서 한잔, 벌써 3년이어서 한잔, 지금도 ‘친노’라는 말이 풍기는 적의 때문에 한잔,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두고 낯선 세상 들어가는 두려움에 한잔, 저에게 거는 기대의 무거움에 한잔, 그런 일들을 먼저 겪으며 외로웠을 그를 생각하며 한잔”이라고 절절한 소회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에서 내려왔다.

18대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이듬해 다시 돌아온 2013년 5월23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이자 민주당 의원은 4주기 추도식에서 ‘정치인 문재인’으로서의 무거운 심경이 엿보이는 메시지를 남겼다.

문 의원은 추도식 전 취재진에게 “노무현 대통령께서 늘 말씀하셨던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등 국가가 갖춰야 할 아주 기본적인 덕목조차도 아직 거의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 그런 가치를 더 계승하고 발전시켜야겠다는 무거운 책무를 4주기를 통해 다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5주기인 2014년 5월23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처음으로 공식추도사를 낭독하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문 의원은 “(노 대통령은) 처음 국회의원 출마할 때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그 슬로건을 돌아갈 때까지 내려놓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이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멈춘 그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노무현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2015년 5월23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직후 “아직도 저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끄럽다”며 “분열과 갈등의 언어가 사라지도록 제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승리한 20대 총선 직후 열린 2016년 5월23일 7주기 추도식 후 취재진과 만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권의 승리를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친 가장 뜻깊은 선물”이라고 표현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있다면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그분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취임 후인 2017년 5월23일, 대선공약대로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이상을 승계하고 실천해 성공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라며 현직 대통령으로 추도식 참석은 이날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9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2018년 5월23일, 문 대통령은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 등 외교일정으로 보냈다.

11번째 5월23일인 올해, 문 대통령은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접견한다. 문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 이야기를 나누며 추모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10년 동안 노 대통령을 ‘가슴에 묻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오히려 문 대통령이 그를 가슴에 묻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임기 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인 2017년 8월31일, 문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대통령 전용헬기가 봉하마을 상공 주변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양력생일은 9월1일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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