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서부전선 연이은 화력훈련, ‘내부 결속’ 노림수도 있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0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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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부전선 닷새 간격 '화력타격훈련'
金 "어떤 전투도 능숙히 치를 준비" 선전
'침략 기도' 경각심 고취 후 억제력 과시
"내부 다독이기 위한 군 행보 이어갈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연이은 군사 행보에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하기 위한 무력시위로 풀이되는 가운데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1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있었던 김 위원장의 서부전선 화력타격훈련 지도 소식을 전했다.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장거리타격수단’들의 ‘기동전개’와 ‘화력습격’ 능력에 만족을 표하며 “며칠 전 동부전선방어부대들도 화력타격임무를 원만히 수행하였는데, 오늘 보니 서부전선방어부대들도 잘 준비되어 있고, 특히 전연부대들의 화력임무수행능력이 훌륭하다”고 치하했다고 선전했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기의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하여서만 담보된다”고 강조하며 “(군은) 인민의 영웅적인 창조투쟁을 무력으로 믿음직하게 보위하여야 한다”고 독려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적대 세력의 침략기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내부의 경계심을 고취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에 도래하기 시작한 평화의 기류는 공고한 것이 아니며,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세력의 침략기도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라고 정세를 진단했다. 또한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은 ‘동맹19-1’ 등 한미연합훈련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훈련 등을 ‘침략연습’이라고 규정하며 연일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한 다음 김 위원장이 동부전선과 서부전선을 찾아가 다양한 무기들을 선보이며 “그 어떤 작전과 전투도 능숙히 치를 수 있도록 억척같이 준비됐다”고 과시하는 방식으로 체제를 선전하고 있다.

이는 핵을 포기한 이후 북한 내부에서 제기되는 체제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깔린 행보라는 관측이다. 적대세력의 침략 기도는 여전하지만 인민군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경제건설총력노선 목표 달성에 매진하라는 대내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북러 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내외에 비핵화 의지를 거듭 천명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에 ‘셈법’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재완화는 당장 요구하지 않을 테니 북미관계 개선과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상응조치를 내놓으라는 게 북한 측의 요구다. 미국에 전략자산의 한반도 철수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까지는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거라는 전망에 여전히 무게가 실린다.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김 위원장은 내부 독려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외 메시지는 (북미) 대화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조절하면서 당분간은 내부 다독이기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버린 것은 아니지만 굴복하거나 양보할 생각은 없으니 차라리 내부 관리라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역설적으로 그만큼 (비핵화 결단에 대한) 내부 불만이 크다는 것일 수도 있다”며 “그러니 내부 다독이는 차원에서 군 관련 현지지도와 경제 관련 현지지도를 이어갈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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