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셈법 바꿔라” vs 美 “경로 바꿀 수도”…고조되는 기싸움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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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비핵화 의지 변함없으나 美 셈법 바꿔야"
폼페이오 "비핵화 일어나지 않으면 경로 바꿔야"
北 영변 카드 유지 '체제보장' 상응조치 요구 전망
이익대표부 개설 제시 가능성…美 수용 안할 듯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배수진을 치며 강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양측 모두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고 있으나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밝힌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으려 하고 있어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30일 “우리의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때가 되면 비핵화를 할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현재의 셈법을 바꾸고 입장을 재정립해가지고 나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북한은 최 제1부상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 과정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히는 형식을 취하며 수위를 조절했으나, 비핵화 협상에서 그의 역할에 비춰볼 때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최 제1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당시 김 위원장의 전용 리무진에 동승하며 입지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문답에서 최 부상은 또 “미 국무장관 폼페오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경로변경’을 운운하였다”며 “이것은 최대의 압박과 경제봉쇄로도 우리를 어쩔 수 없게 되자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우리 제도를 무너뜨려 보려는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도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시한부 내에 자기 입장을 재정립해가지고 나오지 않는 경우 미국은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 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쓰여야 그 합의문에 수표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3차 정상회담을 할 용의는 있으나, 핵을 포기하면 번영을 약속하겠다는 미국의 협상전략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이러한 북한에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비핵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경로를 바꿔야 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과 미국 모두 협상의 끈은 놓지 않고 있어 당장 판이 깨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다른 계산법’과 미국이 요구하는 ‘전략적 결단’을 교환 가능한 수준으로 맞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은 내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다가 “제재해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다른 방식의 상응조치를 요구할 것을 예고했다. 북한은 2차 정상회담 결렬 직후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군사분야 조치를 배제하고 부분적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요구 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자신들이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등가 교환할 수 있는, 체재 보장과 관련한 상응조치로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비핵화를 하겠으니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관계 설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상응조치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종전선언은 신고 단계에서 논의됐었기 때문에 무의미한 카드”라며 “영변 핵시설 폐기와 등가 교환이 가능한 상응조치는 이익대표부 개설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이 이익대표부 개설을 상응조치로 제시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익대표부를 개설하게 되면 제재 해제 문제가 자동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협상 전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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