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하노이 4박 5일…숨길수 없던 ‘절실한’ 속내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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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회담 첫날 모두 발언 “많은 고민과 인내”
야밤 기자회견 감행 자체 답답함 엿보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현지시간) 4박 5일간의 베트남 하노이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성대한 환영행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베트남에 입성했으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비록 판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북미 양측이 ‘비핵화-상응조치’에 대한 상당한 간극을 재확인만큼 추후 협상에서 김 위원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하노이 방문에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임하고 있는데 대한 속내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260만에 재회였던 지난달 27일 회담 첫날 나온 그의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실시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어려움,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며 2차 회담에 나오기까지 상당한 고뇌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표정에는 강한 긴장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는 정상회담에 앞서 21일부터 닷새동안 열렸던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 대미특별대표간 의제 실무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비건-김혁철간 실무협상은 당초 지난달 셋째 주 초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후반인 21일에야 실시됐었다.

다음날 이어진 28일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초조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 모두발언에 회담 결과에 대해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예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배석자들이 합류한 확대 회담 공개 부분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에게 충분한 이야기를 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며 “우리에게는 1분이라도 귀중하다”고 말했다.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서두를 생각이 없다”며 느긋함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대비된다.

결국 김 위원장은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당일 심야에 기습 기자회견을 감행해 자신들의 요구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미국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김 위원장의 ‘입장’으로 평가된다.

최 부상은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는가”라며 김 위원장의 속내를 대신 언급했다.

또한 최 부상은 1일과 2일 반복적으로 한국 기자들에게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했다. 한국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최고지도자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지며, 사실상 김 위원장의 입장으로 읽힌다.

사실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그의 깊은 고민은 하노이 방문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사실상 ‘올인’한 그의 행보에서도 묻어났다.

지난 싱가포르 회담때 ‘마리나 베이’를 방문했던 것 처럼 깜짝 경제 시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으나 그는 첫날 북한대사관을 잠깐 방문한 것 외에는 별다른 일정 없이 정상회담 준비에만 매진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27~28일 모두 그는 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을 오간 것 외에 다른 공개 일정을 행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이후에는 베트남 공식 친선 방문 일정을 최소화하고 당초 일정보다 반나절 빠른 2일 오전 귀국길에 올랐다.

(하노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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