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트럼프, 북미회담 한 번쯤 걷어찰 수 있다고 생각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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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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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자 가운데 아베 총리 홀로 하노이 담판 실패에 환호”
“국내에도 쾌재 부르는 세력 적지 않다는 게 비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News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News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일 북미 하노이 담판 결렬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번쯤 회담을 걷어찰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도 일본 아베 총리처럼 하노이 담판 실패에 환호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는 것은 비극”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하노이 담판은 왜 깨졌을까. 제재완화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반드시 제재완화를 받아내겠다는 작심을 하고 중국대륙을 종단해서 하노이에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실무협상 비건 대표로부터 북측이 제재완화를 거칠게 밀어붙인다는 보고를 받고 비행기 트랩을 오르면서 한 번쯤 회담을 걷어찰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북이 완전한 제재해제를 원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과장된 것이었다”라며 “곧이어 북의 리용호 외무장관은 11개의 UN안보리 대북제재 가운데 2016~2017년 사이 민수경제와 인민생활 관련 5개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묶어놓고 있는 UN안보리 제재틀을 비핵화 초기에 풀어줄 생각이 애당초 없다”며 “더구나 워싱턴의 언론과 민주당이 하노이에서 엉성한 합의를 해온다면 북한과 중국에 항복하는 꼴이라는 압박을 받는 형국에서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를 들어주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총력집중 노선 아래서 돌파구가 필요했고 조속한 제재완화가 절실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흉중을 꿰뚫는 데 실패했다”며 “사실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제재를 통해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단계적 동시적으로 북핵문제와 제재문제를 풀어가기로 했다면 단계적 제재완화는 당연하다”며 “한국 정부의 상황관리와 중재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일본의 반응과 관련해선 “일본이 찜찜하다. 하노이 담판 결렬 뒷전에 일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세계의 지도자 중에 하노이 담판 실패에 환호한 사람은 아베 총리 한사람이다”라며 “그는 작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일관되게 ‘3 NO’를 외쳐왔다. 종전선언 NO, 제재완화 NO, 경제지원 NO. 이 3가지는 국내 보수세력의 주장인 동시에 하노이 회담 격침을 노려왔던 워싱턴 강경세력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득 한 장면이 겹쳐 떠오른다. 지난 2월 중순 국회의장과 여야5당 대표단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를 찾았을 때다. 뜻밖에도 하원의원이 무려 14명씩이나 참석했다”며 “토론이 시작되자 한명, 두명, 세명 마이크를 잡은 의원마다 북미회담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일본을 걸고 들어갔다. 엘리엇 엥겔 하원외교위원장은 왜 한국이 박근혜-아베 정부간 위안부 합의를 깼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정 대표는 “뭔가 느낌이 싸했다. 일본은 워싱턴 로비에 쏟는 인적 물적 자원 총량이 한국의 60배에 달한다. 하노이 외교 참사가 아베 정부의 쾌재로 이어지는 동북아 현실이야말로 냉엄한 국제정치의 속살이다”라며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내부에도 아베 총리처럼 쾌재를 부르는 세력이 적지 않다는게 비극이다”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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