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전투병’으로의 진화…‘워리어 플랫폼’ 어디까지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3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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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억원에 달하는 ‘아크 원자로’와 증강 현실 장치가 달린 방탄 헬멧, 금과 티타늄 소재의 외골격 수트, 대전차 미사일, 비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부츠.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몸에 장착하는 수트의 구성이다. 아이언맨 수트는 신체를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무장을 탑재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영화 속 아이언맨 수트 만큼은 아니지만, 육군도 이 마법 같은 수트를 부단히 현실화하고 있다. 바로 육군의 차세대 개인전투체계인 ‘워리어 플랫폼’ 이야기다.

워리어 플랫폼은 말 그대로 ‘전투원’(워리어)이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착용하는 전투복·장구·장비 등으로 구성된 ‘기반 체계’(플랫폼)를 새롭게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육군은 30여 종에 달하는 워리어 플랫폼 구성품을 1단계(2023년)→2단계(2025년)→3단계(2026년 이후)로 나눠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1단계의 경우 인체공학적이고 성능이 개선된 방탄헬멧, 방탄복, 전투용장갑, 보호대뿐만 아니라 전투용 안경, 피아식별 적외선장치(IR), 대용량(3ℓ) 식수보관 가방인 카멜백, 응급처치키트, 표적지시기, 조준경, 확대경 등 다양한 구성품들이 1명의 전투원에게 지급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방탄헬멧의 경우 ‘9㎜ 보통탄’도 막을 수 있을 만큼 소재가 강화된다. 4줄 턱끈으로 편의성이 올라간 신형 헬멧은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해 전투 하중과 피로도를 감소시켰으며, 목덜미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모양이 바뀐다.

전투용 안경의 경우, 미국 군사규격(MIL PRF 32432)을 충족하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만들어진다. 동양인의 두상과 얼굴 형상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로 만들어진 전투용 안경은 9㎜ 산탄, 비산물 등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자외선과 레이저에 대한 안구 보호기능도 강화된다.

청력보호 헤드셋도 워리어 플랫폼에 포함된다. 헤드셋은 총성이나 폭음 등을 최대 30㏈(일반 대화 목소리 수준)로 감소하고 작은 대화 소리는 증폭시키며 스테레오 방식으로 발성 위치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 개인 무전기와도 연동된다.

2~3㎞까지 빔(baem)을 조준할 수 있는 레이저 표적지시기도 적용된다. 표적지시기는 가시·비가시 레이저로 구성돼 주·야간에 모두 활용이 가능하며, 포병·박격포·공중화력에 대한 표적 지시가 가능하도록 개발된다. 또 레이적 표적지시기에는 적외선 탐조등 기능이 적용돼 야간투시경과 함께 사용하면 원활한 야간작전도 가능해진다.

고성능 확대경도 보급된다. 이 확대경은 개인화기의 조준경과 함께 사용하면 표적을 3~4배까지 확대해 준다. 아울러 자체 영점조점을 통해 정밀한 편차 조정이 가능하고 원거리 사격의 명중률을 높이는 기능을 갖고 있다.

개인화기에는 개방형 소염기가 장착된다. 소염기는 총구 섬광을 99%로 감소해 야간전투에서 위치노출을 줄여 생존성을 높인다. 또 가스방출을 억제해 사격반동과 소음도 감소시킨다. K1A 기관단총의 경우 150㏈에서 120㏈까지 소음이 줄어들어 사수의 청력 보호 기능이 확인됐다.

탄창도 강화된다. 폴리머 계열의 강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폴리머 탄창’은 충격에 강할뿐만 아니라 탄창 용수철과 송탄틀 받침 개선을 통한 송탄(탄을 탄알실에 밀어넣음) 불량을 최소화한다. 먼지유입방지 마개와 탄창손잡이 적용을 통한 사용자 편의도 증대된다.

방탄복의 경우 생존성과 전투효율성 향상을 위한 ‘신속해체’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작전환경에 따라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방호면적이 넓은 I형, 작전 활동성이 좋은 II형, 신속해체가 가능하면서도 방호력이 우수한 III형 등으로 나뉘게 된다.

이 밖에 피아식별 IR은 발광LED를 활용하며 점멸기능 선택 모드로 피아식별 기능이 보강된다. 악조건에서도 사용 여건이 보장된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워리어 플랫폼의 우수한 성능은 현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육군은 지난해 12월 육군 과학화전투훈련장에서 보병대대(200명)를 대상으로 실기동 시범운용을 한 결과, 실거리 사격 시 명중률이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육군에 따르면 실기동 시범운용에서 100m 표적의 경우 4.8%, 200m 표적은 9.3%, 특히 원거리인 250m 표적은 15.4%까지 명중률이 높아졌다.

자유기동 교전훈련에서의 적 살상률도 향상이 확인됐다. 워리어 플랫폼 미착용 부대에 대한 공격 시에는 480%로 살상률이 올라갔으며, 방어 시에는 125%, 250m 이상 원거리 표적을 대상으로는 240%까지 상승 효과를 봤다.

또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하고 ‘표적식별 후부터 조준사격까지’ 소요시간도 평균 2초가 감소된 것이 확인됐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의 효과와 효율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전사와 27사단 대대에서 1단계 장비를 시범적용을 하고 있다. 육군은 결과를 검토한 후 올해 하반기부터 특전부대와 전방부대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육군은 통합형인 워리어 플랫폼 2단계를 2024년께, 일체형인 3단계는 2026년께부터 시범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이언맨 수트와 비교하면 육군의 워리어 플랫폼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뿐만 아니라 현재 전력화 중인 각종 드론봇 전투체계와 착용이 가능한 근력증강로봇 등이 결합한 미래 전투체계까지 구상하고 있다.

김용우 참모총장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해 도약적으로 전력화해야 한다”면서 “전력화 시스템을 정비하고, 연구 인력을 확보하며, 민·관·군, 산·학·연과의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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