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전환기 비핵화는 답보…한미 ‘틈’ 메우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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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29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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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정체 장기화…김정은 신년사 주목
방위비 분담 협상 결렬…“한미 공조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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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및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올해는 그야말로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기였다.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화해의 물꼬를 튼 남북은 결국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1차 남북정상회담을 열며 대화를 본격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을 내놓으며 한반도의 완전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간 협력을 천명했다.

전 세계와 미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포문을 연 것이다.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첫 성과를 낸 순간이었다.

이후 북한과 협상을 본격 시작한 미국은 6·12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70년 이상 지속된 적대관계의 종식과 북한 비핵화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남북 군사당국이 시범철수·파괴한 11개 감시초소(GP)에 대한 상호검증 결과 북측 GP의 불능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5개 GP 일부에서 총안구(화점)는 남았다고 평가했다. 북측 GP는 기준이 되는 감시소를 중심으로 외곽에 남측 방향으로 총이나 포를 쏘기 위해 ‘총안구’라고 불리는 구멍이 있다. 남북은 지난 12일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11개 GP에 대해 상호 현장방문 형식으로 검증에 나선 바 있다. 남측 GP를 북측 검증단이 검증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18.12.17/뉴스1
합동참모본부는 17일 남북 군사당국이 시범철수·파괴한 11개 감시초소(GP)에 대한 상호검증 결과 북측 GP의 불능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5개 GP 일부에서 총안구(화점)는 남았다고 평가했다. 북측 GP는 기준이 되는 감시소를 중심으로 외곽에 남측 방향으로 총이나 포를 쏘기 위해 ‘총안구’라고 불리는 구멍이 있다. 남북은 지난 12일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11개 GP에 대해 상호 현장방문 형식으로 검증에 나선 바 있다. 남측 GP를 북측 검증단이 검증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18.12.17/뉴스1

그 사이 위기도 있었지만 남북은 5월 27일 판문점에서 비공개로 정상회담을 열며 추동력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결국 1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음에도 현재까지 비핵화 협상은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다.

북한은 비핵화 이행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에 이어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협상은 사실상 교착에 빠졌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또 한번 중재에 나섰다. 평양 방문을 강행해 김 위원장과 판문점 선언보다 한층 구체화된 ‘9·19 평양선언’에 합의했다.

여기에서 김 위원장은 동창리, 풍계리 폐기 및 이에 대한 참관(사찰)과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하겠단 의지를 확인했다. 또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답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비핵화 협상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선(先)비핵화 원칙을 계속 고수하자 북한은 결국 대화를 거부하고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미국은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의 사전 협상 격으로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지난달 이를 전격 취소한 뒤 여태껏 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으로부터 북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북한과 협상이 잘 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란다”며 유화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으로부터 북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북한과 협상이 잘 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란다”며 유화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 News1

다만 남북간 협력에선 일부 가시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남북은 평양선언의 부속합의서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20개 감시초소(GP)를 파괴하고 철수했다. 평양선언 1조 2항에 명시된 ‘군사공동위원회’도 내년 초 가동될 전망이다.

또 지난 26일에는 개성 판문역에서 우리 측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철도·도로 착공식이 열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막혀 사실상 더 이상의 진전은 요원한 가운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속도 차이를 둘러싼 한미간 시각차는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한미간 균열은 올 한해 이어진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결국 총액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연내 타결에 실패한 것에서도 일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그간 협상에서 한국의 분담금을 현행 2배 수준으로 증액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 11~13일 10차 회의에서는 협정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방위비 협상을 실시해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이를 즉각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국 결렬됐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연계하거나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한국에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사실상 한국을 겨냥해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미간 빈틈은 교착에 빠진 비핵화 협상 돌파구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중재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연내 답방이 결국 무산된 가운데 내년에도 북미 대화가 답보를 반복한다면 김 위원장의 답방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게 중론이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도 27일 발간한 ‘2019 국제정세전망’에서 내년에도 북미 간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를 두고 줄다리기와 숨 고르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한미공조가 핵심쟁점으로 재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미 외교가에서는 1월 1일 나올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대화 기조도 1년 전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기점으로 시작된만큼 북한이 이번에도 신년사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방한했던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비롯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잇딴 대북 유화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이에 응답할 가능성에 촉각이 모아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24일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의 잇딴 대북 유화메시지와 관련 “북한이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많이 주목된다”며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 관영 매체가 ‘자력 갱생’ 등 복고적 담론을 강화해온 것을 볼 때 신년사는 이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대북제재를 촉구하는 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신년사에 따라 북한이 내년 미국과 화해 국면으로 갈지 대립으로 갈지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유화메시지를 낼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2016년 신년사에서 경제 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직후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한 것을 상기시키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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