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가 회고록에서 증언한 한국 현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3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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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JP)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중심에 서있었다. 그는 2016년 3월 구순을 맞아 자신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낸 ‘김종필 증언록’을 출간했다. 박정희 정권과 ‘3김시대’를 관통하는 증언을 생생하게 쏟아냈다. JP는 출판기념회에서 “이 책은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증언의 기록지”라며 “반세기 동안 헌정에 참여해 온 사람으로서 그 시대 그 현장 그대로를 증언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JP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6군사정변 혁명공약’ 5개항을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의 나의 서른다섯 때의 일이었다. 특히 혁명공약 1항 ‘반공을 국시(國是)의 제1의로 삼는다’는 내용이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쏠린 좌익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썼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지기도 했다. JP는 회고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좌익 콤플렉스를 아주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이 때문에 혁명 후에도 박 전 대통령은 ‘나 그만 두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5·16군사정변을 주도했던 JP는 그해 초대 중앙정보부장에 올랐다. 이후 JP는 육군참모총장에 올랐던 장도영을 체포했다. JP는 “장도영은 자기 세력을 규합하고 있어 5·16세력의 내분을 일으킬 것으로 판단해 제거하기로 결심했다”고 훗날 회고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월남전 참전 결정에도 JP는 깊숙이 관여했다. 1962년 2월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JP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월남에 방문했다. 귀국 직후 JP는 월남 파병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소극적이었다고 JP는 회고했다. 그러나 JP는 끊임없이 박 전 대통령을 설득했고 1965년 박 전 대통령은 결단을 내렸다.

JP는 1965년 6월 22일 한일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막후 역할을 도맡았다. 1962년 11월 12일 JP는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일본 외상과 극비리에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상업차관 1억 달러 이상 지원’이라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 “매국 협정”이라는 비판이 거셌고 급기야 박 전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박정희 정권에서 JP는 강력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지만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처조카이기도 했던 JP를 강력하게 견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기밀 해제해 최초로 공개했던 대통령 일일보고 문건에 당시 5·16세력 내부의 알력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1962년 3월 CIA는 보고서에 “군사평의회 지도자 박(박정희)은 커져 가는 김(JP)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송(송요찬 내각수반)을 지지해왔다”고 분석했다. 1963년 1월 보고서에는 “김종필은 이제 정권의 정당에서 축출됐으며 우리(CIA)는 그가 곧 다른 사람들 몇 명과 함께 해외로 보내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JP 스스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때론 돕고, 때론 대들었지만 박정희는 나를 내치지 않았다”는 표현을 썼다. 킹메이커이자 박 전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였지만 역설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존재 때문에 최고 지도자 자리에는 오르지 못한 셈이다. JP는 “생전의 박 대통령이 나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을 내게 한 적 없다”며 “박 대통령은 돌아가실 때까지 누구에게든 권력을 넘겨줄 분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다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총탄에 갑자기 사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1979년 11월 12일 JP는 민주공화당 총재가 됐다. 하지만 권력은 JP에게 오지 않았다. 1980년 5월 신군부는 JP를 보안사령부에 연금했고, 한 달 뒤 그는 공화당 총재 등 모든 공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미국에 머물던 JP는 1985년 3월이 되서야 모든 정치활동 규제가 해제되자 1986년 2월 귀국했다. 이듬해 JP는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그해 10월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해 총재 및 대선 후보에 지명됐다. 1987년 12월 13대 대선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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