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병우 사건, ‘봐주기 기소’로 추가 수사도 못하게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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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는 기각 사유에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단순히 불구속 수사 원칙을 천명한 게 아니다. 한마디로 무죄가 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3번이나 한 검찰 수사가 얼마나 엉성했으면 판사가 이렇게 지적했을까 개탄할 수밖에 없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첫 조사를 벌인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뒷북 압수수색’과 ‘황제 소환’ 등 시늉내기 수사로 일관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7∼10월 김수남 검찰총장과 12회,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160회 등 검찰 간부들과 2000여 회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해 2기 특수본에 넘겼다. 하지만 수사팀은 대상자 소환도 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는 구속영장 혐의에 넣지도 않았다.

검찰은 2차례 영장 기각을 빌미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고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도 마무리할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추가 수사마저도 가로막는 ‘봐주기 기소’다. 이러니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검찰 수뇌부가 우 전 수석에게 약점을 잡힌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김 총장은 지금이라도 강골검사를 특임검사로 임명해 우병우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

최순실 씨의 딸 부정 입학 및 학점 특혜 비리로도 이화여대 총장 등 5명의 교수가 줄줄이 구속되는 판에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를 받는 ‘몸통’이 건재하다면 납득할 사람이 없다. 안철수 문재인 후보 측 모두 어제 검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검찰이 더 머뭇거린다면 차기 정권에서 ‘우병우 특검’과 개혁의 칼날을 맞게 될 것이다.
#우병우#구속영장 기각#우병우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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