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리더십 차이가 韓日 경제격차 더 키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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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경제가 일본을 빠르게 추격했지만 지난해 양국 간 경제 격차가 다시 확대됐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어제 발표한 ‘한국 경제, 얼마나 일본을 따라잡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세계 과학 경쟁력이 2009년 3위에서 지난해 8위로 떨어져 확고한 2위인 일본과 격차가 커졌다고 밝혔다. 기술 경쟁력도 2005년 2위이던 것이 지난해 15위로 곤두박질쳐 일본(10위)에 뒤졌다. 국내 정치적,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일본과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특히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4차 산업혁명 대응에서도 일본에 크게 뒤처진다는 지적은 한국 경제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등 4차 산업혁명 적응력이 모두 일본에 비해 낮다. 10대 국가전략기술 수준은 일본보다 2.8년 뒤지고 한국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전자·정보통신 부문 기술도 1.2년이나 뒤처진다. 이러다간 일본 기술을 영영 따라잡지 못하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

과거 한국이 일본과의 경제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데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반사효과를 누린 측면이 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집권하자마자 과감한 돈 풀기와 규제 완화, 친(親)기업 정책 등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여 수렁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를 살려 놨다. 여기에 엔저 드라이브까지 걸어 수출 증가-내수 진작-기업 실적 호전-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냈다. 아베 총리가 외교에서는 주변국으로부터 욕을 먹지만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에서만큼은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일본 경제가 펄펄 나는 동안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경제 체력은 갈수록 떨어졌다. 아베 총리보다 두 달 늦게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임기 내 474공약(잠재성장률 4%, 고용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을 내놨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브랜드인 ‘창조경제’는 성과 없이 막을 내려야 하는 처지다. 국민이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제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다시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산업경쟁력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강력한 경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지금 대선 주자들은 표에 눈이 멀어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재벌을 손보겠다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공약만 남발한다. 권력이 기업을 옥죄고 반(反)기업 정서가 퍼져 있는 사회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대선 주자들은 한국 경제를 살릴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유권자는 누가 ‘경제 극일(克日)’을 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국가리더십#사드#경제혁신 3개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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