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민정의 수사개입 관행, 박영수 특검이 끊어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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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부실 대응한 해양경찰을 수사하는 검찰에 축소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장 구조 책임자인 김경일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변찬우 당시 광주지검장이 대검찰청에 보고하자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이 법무부를 통해 ‘불가’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변 전 지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123정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무부가 ‘구조하러 간 해경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국가기관이 뭐가 되느냐’며 반대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은 우 전 수석과 가까운 기획조정부장의 휘하 연구관까지 투입했고, 연구관은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의견을 낸 것이 확인됐다. 국가 책임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결국 변 전 지검장은 ‘사표를 낼 수밖에 없다’는 배수진을 쳐 수사를 관철했지만 “이듬해 인사에서 후배들이 가는 자리로 발령받아 얼마 뒤 옷을 벗었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6월 5일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검찰에 전화해 “뭐 그런 것까지 압수수색하느냐”며 전산 서버 압수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월호 침몰 당일 청와대와 해경의 통화 기록 같은 민감한 자료가 서버에 보관된 것을 알고,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공백’ 등 초기 대응의 문제점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한 듯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경 해체까지 지시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6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구조 활동과 관련해 책임을 진 국가공무원은 123정장 한 사람뿐이었다. 청와대, 안전행정부 등 ‘윗선’의 형사책임을 묻지 않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난 것도 우 전 수석의 외압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의 그 누구도 수사를 좌지우지할 법적 권한은 없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도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도 수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박영수 특검은 우 전 수석 수사에 착수해 이참에 민정수석과 법무부가 인사권을 틀어쥐고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
#박영수#우병우#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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