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차라리 홀가분” 유승민 “일단 黨에 남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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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원내대표에 친박 정우택]비주류 양대 축 탈당놓고 입장 차
김무성 “울고 싶어… 일주일 정도 고민”
친박, 비대위 구성 문제 주도권 “비대위장은 비주류 추천 인사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비주류와의 내전(內戰)의 전초전 성격이던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당장 분당(分黨)의 분수령이 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도 친박계가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비주류 측이 반발하지 않을 만한 비대위원장을 선임해 탈당할 명분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비대위 구성 시한도 애초 예정됐던 21일보다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비주류 내부에선 탈당 찬반을 놓고 격론을 벌이면서 분열할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실제로 비주류의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 비주류 중진 의원은 “애초 김 전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참여 자체를 반대했지만 유 의원은 비주류 후보를 내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견이 엇갈렸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더라도 당헌·당규상 현실적으로 친박계 인적 청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 새누리당으로는 내년 조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당을 감행할 경우 친박계가 김 전 대표를 보수 분열의 장본인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커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가 패한 뒤 “차라리 홀가분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탈당 명분이 더 쌓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부산으로 향한 김 전 대표는 당원들과의 송년 행사 자리에서 “탈당이 옳은지 고민이라 울고 싶은 심정”이라며 “일주일 정도 고민하고 최종 결심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탈당 만류를 위해 의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도 당에 남아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탈당 대신 혁신적인 비대위 구성으로 당을 쇄신하겠다는 뜻을 고수한 것이다.

 친박계는 표면적으로는 2선으로 후퇴하면서 자신들의 지원 속에 당선된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를 통해 비대위 구성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주류와 당무를 거부 중인 사무처의 반발을 고려해 공개 행보 대신 철저히 물밑 행보를 이어 갈 가능성이 크다.

 변수도 남아 있다.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와 거리를 둔 채 철저히 국민 눈높이에 맞는 비대위 구성으로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 이 경우 비주류의 탈당 가능성은 낮아지는 대신 친박계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당내 친박-비주류 간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새누리당#비대위원장#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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