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조장옥]개헌하라, 私心이 없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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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 공정성장, 혁신성장… 헛소리 하는 野 대선주자들
일본 꼭 닮아가는 한국경제… 규제혁파 없으면 추락 뻔하다
개헌은 나라 다시 만드는 첫걸음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반 위해 대한민국 미래 희생할 것인가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의 제도로 이 나라의 경제성장이 멈추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은, 경제를 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 번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갑자기 성장타령을 하고 있다. 특히 야당에서 더욱 그런 구호를 내걸고 있다. 가소롭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아무리 이슈의 선점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지표가 대한민국이 일본의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시장에 존재하는 온갖 경직성과 고령화 그리고 상쟁(相爭)의 정치, 무엇 하나 높은 곳을 보는 것이 없지 않은가.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을 따라가지 않는 방안 또한 너무나 분명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손과 발을 묶고 있는 규제 그리고 노동과 교육 시장에 존재하는 혈전 같은 경직성을 개혁하지 않고는 다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한민국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추락할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개혁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이 야당 아닌가.

 이 나라 경제의 지향하는 바를 볼 때 다음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인기 없고 지지도 낮은, 고난의 지도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북에서는 핵폭탄을 터뜨리고 나라 밖에서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온갖 모색을 마다하지 않는데 우리의 지도자들은 대권놀음이나 하고 실체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가능한지도 모르면서 ‘성장’을 구호로 내걸고 있다. 역사가 결코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제 모호함 뒤에 숨는 위선을 벗을 때가 됐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성장을 운위할 용기가 있다면 자신의 재임 기간에 얼마의 평균성장률을 달성할 것인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숫자를 내걸라.

 가짜와 껍데기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가능한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의 성장을 남의 경험에서 빌려오던 시대도 지나갔다. 스스로를 개혁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금 정치인들이 운위하는 국민성장, 공정성장, 혁신성장, 이 모두 헛소리다. 정의도 되지 않은 용어를 성장의 앞에 붙여 국민을 속이는, 이 시대 용서할 수 없는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인 것이다.

 대한민국을 다시 만들자. 그 첫걸음은 개헌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야당의 주요 대선 주자들은 반대라고 한다. 이 제도를 가지고 다음 대통령이 되었다고 할 때 스스로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인가. 이 나라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실현 불가능한 구호가 떠돌고 있다. 껍데기는 가라. 진짜를 도모할 때가 됐다.

 누군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적(私的) 인간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공적(公的) 인간으로 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평가에 내심 공감했음을 고백하고 싶다. 그러나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반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미래 5000년을 희생한다면 이는 지나친 사심이다. 대통령이 지금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업적은 후세를 위해 미래를 준비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당의 지도자들 또한 그 점에서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앞으로 1년 반 그리고 그 다음 5년을 위해 그보다 먼 미래를 준비하지 않을 때 우리가 직면할 현실이 두렵다.

 다시 한번 호소하고 싶다. 개헌하라. 그리고 모든 제도와 법을 우리의 후세를 위해 사심 없이 정비하라. 그리고 그를 딛고 우리의 다음 세대가 높이 날 수 있도록 하라. 민주주의에서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제도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의 헌법은 독재의 망령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임시방편이었음을 상기하자.

 사심의 정치를 이제 끝낼 때가 되었다. 권력과 정권에 가장 가까울 때가 그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심을 버리고 나라의 미래를 도모하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 나라가 직면한 가장 암울한 현실이다. 이 어려운 시대에 희생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이 지나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진보다도 태풍보다도 시대를 뚫고 나갈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절망이다. 그러나 사심을 버릴 때 우리는 희망과 성장의 지도자를 보게 될 것이다.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상쟁의 정치.박근혜#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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