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수렴은커녕 ‘절대 당론’ 강조… 뺄셈정치 치닫는 새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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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정치 실종된 집권여당

 “날치기 폭거 하수인, 의회 폭도자, 맨입 정세균 국회의장은 즉각 사퇴하라!”

 2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민경욱 원내대변인의 선창에 따라 의원 90여 명은 “사퇴하라”를 반복했다. 당내 비주류에선 국정감사 복귀 등 온건 대응 목소리도 나오지만 강경파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국회의 중심을 잡아야 할 집권여당이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아래에서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 정상적인 당론 수렴 절차도 실종된 모습이다.

○ “‘절대 당론’ 따르라”

 새누리당 재선 의원 10명은 이날 오전 일찍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의장 공관으로 항의 방문을 갔다. 이들은 정 의장이 개인 일정으로 공관에 없자 “의장이 고의적으로 피했다. 앞으로 매일 아침저녁 (항의 방문을 통해 의장이) 공관에 못 들어오게 투쟁해 나가겠다”고 했다. 실제 이날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은 다시 의장 공관으로 몰려갔고 밤샘 농성을 하며 정 의장을 기다렸다.

 국정감사 보이콧으로 시작된 새누리당의 강경 행보가 이정현 대표의 단식 투쟁, 국감 복귀를 둘러싼 당내 파열음, 정진석 원내대표의 동조 단식 등을 거치면서 점점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전날 의총에서 당내 갈등이 고조되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29일 의총에서 “(어제) 나도 모르게 ‘국감에 참여하고 싶으면 참여하라’고 했다. 거친 표현을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새누리당 우산 속에서 대오를 형성해 가치를 공유하는 전우라면 절대 다수의 ‘절대 당론’에 반드시 따라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당론을 거부하고 국감을 진행한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두고는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지도부는 김 위원장을 해당행위로 징계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 점점 움츠러드는 당내 비주류

따로 모인 비주류 새누리당 ‘정국 정상화 모임’ 의원들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식 모임을 열고 있다. 앞쪽부터 이종구 황영철 유승민 김무성 나경원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따로 모인 비주류 새누리당 ‘정국 정상화 모임’ 의원들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식 모임을 열고 있다. 앞쪽부터 이종구 황영철 유승민 김무성 나경원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나경원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 등 비주류 의원 22명과 긴급회의를 연 뒤 기자들을 만나 “당 지도부에 국민의 걱정과 여론을 감안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며 “국감이 적어도 다음 주엔 정상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회의 직후 열린 의총에서 당 지도부가 정 의장의 방미(訪美) 관련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양측이 법적 대응 등 정면대결로 나서자 비주류의 목소리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이날 비주류 의원 회의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의총에 들어가 보면 강경파 의원들이 뭔가에 홀린 듯 보인다. 도무지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의 현 상황이 2014년 세월호 정국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박영선 원내대표가 두 차례나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가져왔지만 당내 강경파가 거부하면서 결국 박 원내대표는 물러났다. 새정치연합은 강경파의 주장대로 장외 투쟁을 택했고, 국회는 151일 동안 겉돌았다. 새정치연합 내 세력 갈등은 분당(分黨) 사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 당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처음 국감 보이콧 당시 충분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다가 뒤늦게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강경파가 수적 우위로 당론을 주도하는 것도 문제지만 강경파의 기세에 눌려 의견수렴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비주류가 ‘뒷북’을 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여야 갈등이 생기면 강경파가 득세하는 게 한국 정치의 병폐”라며 “집권여당으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온건파도 여야 타협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 기자
#당론#여당#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국회#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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