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400조 슈퍼예산, 그런데도 국가채무는 682조 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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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총지출 400조7000억 원, 총수입 414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보다 총지출은 3.7%, 총수입은 6.0% 늘었다. 본예산 기준으로 예산 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확장 재정’이 불가피한 면은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 28조7000억 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이 포함되면서 국가채무는 682조7000억 원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전해인 2012년 말보다 236조8000억 원(53.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40.1%(본예산 기준)에서 내년 40.4%로 높아진다. 임기 안에 균형재정을 이루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0%대 중반으로 관리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취임 초 약속이 무색해졌다.

경기부양의 마중물 효과도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올해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8.2%,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2.0% 감소했고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도 1.8%에 그쳤다. 반면 복지·보건·노동 예산은 5.3% 증가한 130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국방 예산도 40조3000억 원으로 4.0% 늘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북한발(發) 안보위협을 감안하면 불가피하지만 두 분야가 전체 예산의 42.5%를 차지해 재정 여력을 제한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3.0%, 경상성장률을 4.1%로 전망해 국세 수입이 241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도 실질성장률이 2%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고 물가상승률은 0%대가 이어지고 있어 세수 전망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인상을 준다.

정부는 산업 각 분야의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을 통해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을 내놓고 성장엔진의 불을 다시 붙여야 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줄일 수 있다. 국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은 없는지, 민생과 경제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인지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국채#국회#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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