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구 신공항 졸속 추진하다 차기 정부에 떠넘길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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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대구공항 통합 이전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구성해 K-2 공군기지 및 대구 민간공항 겸용 용지를 한두 달 안에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군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함으로써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추진을 지시한 뒤 김해 신공항 발표 이후 가라앉았던 대구공항 이전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구 지역의 숙원 사업인 대구공항 이전의 필요성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군(民軍)이 같이 쓰는 현재의 대구공항은 도심 소음 공해가 심각한 데다 고도 제한에 따른 재산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항 이전을 결정하려면 전체 경제에 미칠 영향, 소요 재원, 이전 대상 후보지 등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대구공항 이전을 ‘깜짝 발표’했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서 강력히 밀었던 밀양 신공항이 백지화된 뒤 급속히 나빠진 TK 민심 달래기 성격이 짙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TK 지역에 배치될 경우까지 감안한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대구 민간공항과 K-2 공군기지 터를 개발한 수익으로 신공항 건설 비용을 충당하는 재원 조달 방안을 밝혔지만 사업 비용 7조5000억 원을 다 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대구 신공항을 완성하려면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확정 발표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경비만 무려 21조 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 정부 예산의 2.4배를 넘었다. 13년이나 걸리는 대구 신공항 건설을 졸속으로 시작했다가는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길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제라도 중립적인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여론의 검증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구공항#박근혜 대통령#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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