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6자회담’ 후 외교 보폭 넓히는 북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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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대표단 러시아행 … 29일 상트서 금융회의 참석
대외원조 담당하는 적십자회는 중국·말레이시아로 떠나

남북,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한 북한이 대외 행보 확대에 나서고 있다.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어 고립을 탈피하는 한편 외자유치와 원조 확보라는 목표도 달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북한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동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을 보내 남북한과 북-미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관측됐으나 22일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상호 비난전으로 끝맺고 말았다.

이어 북한은 김천균 총재를 단장으로 하는 중앙은행 대표단이 러시아로 출발했다고 25일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대표단의 방문 목적에 대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5차 국제은행대회 참가”라고 밝혔다. 러시아도 27일 이 사실을 보도하고 “회의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리며 주제는 ‘금융시장의 발전 전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계획경제로 이렇다할 국내 금융시장이 없는 북한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 동안 북한은 국제금융시스템 안으로 편입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4년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산하 아시아태평양지역기구(APG)에 옵서버로 가입했고 지난달에는 ‘자금세척(세탁)과 테러자금지원반대법’을 만들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5월 평양 무역박람회에서도 “최대 11% 금리를 보장한다”는 안내판과 함께 ‘진명합영은행’ 홍보부스를 운영하며 예금 유치와 해외 결제 카드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미국으로부터 돈세탁 우려국가로 지정돼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과 사실상 금융거래가 막혀 있다. FATF도 24일 부산 총회에서 성명을 채택하고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생산 관련 불법행위에 연루됐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이 해외자금을 유치하려면 이 같은 국제의 불신부터 해소해야만 한다.

한편 외국 지원이 끊기다시피한 북한은 적십자를 앞세워 해외 지원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백용호 집행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적십자회 대표단이 중국 마카오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25일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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