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세 대선주자’ 없는 상황…“개헌 논의할 분위기 익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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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트인 개헌론]정치권이 보는 실현 가능성

20代국회 의장단 현충원 참배 정세균 국회의장(앞줄 가운데)이 신임 국회부의장, 각 상임위원장단, 여야 원내대표 등과 함께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代국회 의장단 현충원 참배 정세균 국회의장(앞줄 가운데)이 신임 국회부의장, 각 상임위원장단, 여야 원내대표 등과 함께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개헌 논의가 뜨겁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전날 운을 떼자 ‘의회 권력’을 차지한 야권 지도부가 14일 적극 화답하고 나섰다. 개헌 논의 점화(點火)에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실현 여부다. 정치권에선 현재까지 여권에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고, 야권은 분열돼 있는 상황이어서 개헌 논의 환경은 어느 때보다 잘 갖춰져 있다고 보고 있다. 누구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여야가 ‘권력 분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차기 대선 주자들이 세부 개헌안을 두고 합의할 수 있느냐는 대목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 야권, 일제히 개헌 필요성 주장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개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각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정 의장이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적극 찬성하고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1987년 개헌 당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사견임을 전제로 “개헌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개헌에 나서 줬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개헌 시점을 두고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그래야 내년 대선에 (개정 헌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국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만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 사이에선 때아닌 ‘개헌 토론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은 “20대 국회가 민생 살리기를 위해 협치를 해야지 개헌 논의부터 시작하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경제 활성화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론’으로 응수한 것이다.

그러자 더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은 “경제는 구한말 이후 계속 어려웠다”며 “개헌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개헌 논의를 한다고 레임덕이 오는 것도 아닌데 피할 일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 개헌 둘러싼 각종 시나리오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개헌에 동의하느냐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여권의 기류는 상반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론에 대해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반대했다.

하지만 여권 핵심에서는 내년 대선 전 개헌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가 적지 않다. 친박(친박근혜)계에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가 무르익으면 박 대통령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친박계 최경환, 홍문종 의원 등이 개헌 필요성을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분권형 개헌이 이뤄지면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개헌은 타이밍의 문제지 불씨는 계속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특정 세력이 개헌 드라이브를 걸더라도 차기 대선 주자들의 동의가 없으면 개헌 논의는 동력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중반 이후 개헌 카드를 꺼냈지만 유력 주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좌초됐다. 현재 차기 주자 대부분은 개헌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주자에게 ‘지지율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개헌은 정계 개편 이상의 폭발력이 있다. 유력 주자 입장에선 정치권의 ‘지각 변동’을 반길 리 없다. 이 때문에 결국 차기 주자들이 개헌 내용과 방식을 공약한 뒤 당선자가 임기 초에 추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이 임기 초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여러 국정 현안을 두고 개헌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차차기 정부부터 개헌에 따른 새로운 권력 구조가 탄생한다면 자칫 차기 정부는 ‘과도정부’로 인식돼 임기 초부터 국정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5년 단임제 아래서 모든 정부의 실패를 지켜본 국민 사이에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여론이 모아져야 개헌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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