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만 128개… 부실감사 부르는 ‘공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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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도 구조조정을]<1>분리론 나오는 교문위

《 이달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 간 치열한 원 구성 협상의 막이 올랐다. 우리 국회가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법률안 등 안건 처리의 가부가 결정되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는 만큼 상임위 개혁이 향후 4년간 국회의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회 상임위 개혁 시리즈 첫 회에선 ‘공룡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분리 문제에 대해 짚어 본다. 》

지난해 9월 22일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장에선 한국관광공사와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11개 피감기관에 대한 국감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자리를 지킨 한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종일 침묵만 지켰다. 한 차례 피감기관 소개 발언을 제외하곤 교문위원들의 질의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문위의 피감기관이 120개가 넘다 보니 이 같은 광경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문체부


16일 국회 회의록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 이전인 2012년 10월 19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한국관광공사 등 3곳과 대한체육회 등 5곳에 대한 국감이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하루 11곳에 대해 국감을 실시한 지난해보다 내실 있는 국감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문방위가 교문위로 개편되면서 양적 측면에서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부실 국감’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문위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의원은 물론이고 언론 등 세간의 관심이 적다 보니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대해선 국감 때도 문제점이나 비리 등을 깊이 파는 보좌진이 많지 않다”며 “교문위 체제의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문체부가 국회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와 문화재청 산하에는 66개의 기관이 있고 예산이 약 6조 원(국가 예산의 약 1.6%)에 이른다. 하지만 국회의 감시가 소홀하자 산하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보내거나 문화예술 및 콘텐츠 사업 등 예산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아리랑TV의 방석호 전 사장의 호화 출장 등 문체부 산하기관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 역사 교과서 등 파행으로 문화체육 현안서 밀려


국감뿐만 아니라 회기 중 상임위가 개최되더라도 여야의 관심이 교육 분야에 쏠려 문체부 소관 법안 처리도 뒷전이었다고 한다. 특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누리과정 예산 등으로 교문위는 파행을 거듭했다. 한 야당 보좌관은 “교육 문제가 이념을 다투고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는 경우가 많아 다른 현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 교문위가 인기가 높은 것도 ‘잿밥’ 때문이다. 교문위원들은 정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특별교부금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특히 초중고교 시설 보수 등 지역구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 보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으로 정원을 30명으로 늘리면서 깊이 있는 안건 심의가 불가능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회의에서 1차 질의를 끝내면 시간이 오후 4∼5시가 되는 경우도 많아 시간상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예 교육과 문화체육관광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훈 전문위원은 “문화 분야 단독 상임위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통합이 불가피하다면 교육과 분리하고 여성위원회를 붙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의당도 17대 국회 때처럼 교육위원회로 분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은 국회의 ‘밥그릇 늘리기’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교문위 분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피감기관#부실감사#교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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