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정리 미루면 경제 악성종양 될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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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이제는 경제다]韓銀도 2016년 성장률 2%대로 낮춰

한국은행이 19일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해 이제 3%대 성장률을 전망하는 곳은 정부밖에 없다. 정부는 3% 성장률 달성을 위해 돈을 풀지, 단기적인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대개조(大改造)’에 나설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성장률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는 한은 분석대로라면, 3%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어려움은 단순한 경기 순환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체질 허약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부와 통화당국의 일관된 해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금 경제의 어려움은 경기보다는 구조적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 경기 둔화로 올 1분기(1∼3월) 수출액(1160억 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나 줄었다.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산유국 회의에서 석유 생산량 동결 합의가 무산돼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는 악재다. 4·13총선의 새누리당 참패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짜이면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고 해도 야당이 순순히 통과시켜 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감축과 기업 인수합병 등이 뒤따르는 구조조정이 경기에 가져다줄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아무리 부실한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퇴출되면 생산 및 설비투자, 일자리 감소가 발생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구조조정은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것이지, 단기적 경기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3%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면,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산업 구조조정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장 성장률이 떨어지는 게 두려워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지연할 경우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논리와 무관하게 부실기업들이 수명을 연장한다면 고부가가치 산업 및 신성장동력 분야로 가야 할 자금, 인력 등 경제 자원(資源)이 부실기업으로 흘러가게 되고 이는 한국 경제 전체를 좀먹는 악성 종양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은 추경을 편성해 봐야 재정적자만 늘고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며 “미래에 꼭 필요할 때 단기 부양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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