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핵·미사일 개발 관련자 40명 금융제재 대상 지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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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포함해 핵·미사일 개발 관련자 40명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북한의 개인과 단체를 금융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40명 중 38명은 북한인, 2명은 각각 싱가포르, 대만인이다. 기관은 북한 24곳, 이집트 싱가포르 미얀마 태국 대만 등 제3국 6곳이다.

금융 제재 대상에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담당한 당 군수공업부, 제2자연과학원과 군수 경제를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파워엘리트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홍영칠 부부장, 김춘섭 전 군수공업부장, 조춘룡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국민이 이들과 외환 및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금지되고 이들의 국내 자산이 동결된다.

가장 주목되는 건 대남 대화를 맡고 있는 김영철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 결의안에 정찰총국을 포함시켰으나 전직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의 이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이 김영철을 제재 대상에 올려놓고 있으나 미국은 독자제재에 김영철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북한뿐 아니라 북한과 대량살상무기 거래를 한 제3국 기관과 개인도 금융 제재 대상자로 올린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을 우리 정부가 제재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과 거래하는 우리 국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실효성보다 강력한 제재 의지라는 상징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은 해운 제재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북한에 기항한 뒤 180일 이내에 국내에 입항하는 외국 선박을 전면 불허하기로 했다. 보통 운송 계약이 6개월 이상으로 체결되기 때문에 6개월 이내에 들어오지 못하면 기업에 손해다. 따라 정부는 외국 운항사들이 북한과 운송 계약을 기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66척이 북한을 거쳐 국내 항만에 모두 140회 입항했다.

이에 따라 남-북-러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도 중단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나진항을 거쳐 포항항, 부산항 등으로 석탄을 수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5·24 조치로 국내 반입이 금지됐음에도 중국산 등으로 위장해 들여왔던 북한산 농수산물의 수입 통제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북한 대량살상무기에 이용될 수 있는 품목의 수출 통제도 강화한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의 출입은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지난달 밝힌 것과 같이 이용 자제를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은 약 1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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