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처형통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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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부 서열 3위 이영길 총참모장, 2월초 비리혐의 제거… 후임 이명수

우리 군 합참의장 격인 북한군 서열 3위 이영길 총참모장(61·대장·사진)이 이달 초 처형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영길은 노동당과 혁명에 반대하는 ‘종파분자’ 및 세도(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일)·비리 혐의 등으로 최근 처형됐다고 한다. 2, 3일 열린 당중앙위원회와 군당위원회 연합회의 전후에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주관했지만 이영길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통 야전군 출신인 이영길은 2013년 8월 총참모장에 발탁됐다. 2014년에는 당 권력 핵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되는 등 김정은의 신임을 얻었다. 지난달 1일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도 근거리에서 수행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이름을 올린 것을 끝으로 ‘실종’ 상태였다. 후임에는 북한군 대장 이명수(82)가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길 숙청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8일 개최한 ‘평양시 군민경축대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 명단에서 누락되면서부터였다.


▼ 이영길 장악력 뛰어나 추종세력 많아 김정은 “종파행위” 명분 위협 제거한듯 ▼


대북 소식통은 “세도·비리 혐의를 처형 사유로 들었지만 이영길은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며 “실제 처형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길은 북한군 포병사령부 참모장 시절 김정일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군단장으로 발탁된 뒤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직 장악력이 오히려 독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이 이영길을 따르는 군부 실세들이 늘어나자 자신을 위협할 수 있음에 두려움을 느꼈을 거라는 분석이다. 박정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은 종전엔 드러내 놓고 당에 반기를 들어야 종파 행위로 봤지만 2013년 고모부 장성택 처형 당시부터는 따르는 이가 많은 것까지 당을 분파시킬 수 있는 행위로 규정해 무차별 처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최근 군 관련 지식이 부족한 당 간부들을 군 요직에 임명하는 것에 대해 이영길이 불만을 표출한 게 처형 이유가 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5월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이 군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급’이 높은 이영길을 본보기로 처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길 처형이 확인될 경우 김정은은 2012년 7월 이영호 총참모장, 지난해 4월 총참모장 출신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에 이어 전현직 총참모장 3명을 처형·숙청한 셈이 된다.

일각에선 처형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이영길은 해임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신임 총참모장으로 알려진 이명수는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 등을 지냈다. 미사일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 7일 ‘광명성호’ 발사를 성공시킨 것에 힘입어 발탁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처형#통치#이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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