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대북제재 뿌리친 中, 5차 북핵실험 부를 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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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필요성에 합의했다”면서도 구체적 제재 수위 합의엔 실패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6일) 이후 3주 만인 어제 베이징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제재가 목적이면 안 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이 요구하는 북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이나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와 기업, 은행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왕 부장은 이날 중국의 한반도 3원칙인 ‘한반도 비핵화,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언급하며 “그 어느 것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만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까지 당선되면서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끼고 가야 자국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을 굳힌 모습이다. 심지어 왕 부장은 “우리의 입장은 일시적 문제(一時一事)와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따라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방의 눈총을 받으며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 ‘톈안먼 외교’를 벌이고, 북한의 4차 핵 도발 뒤 수차 ‘건설적 역할’을 요청해도 외교에서 국익과 실리를 좇는 지정학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현실이 다시 확인됐다.

중국이 북을 노골적으로 편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은 갈수록 암운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케리 장관이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김정은의) 위험에 대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음에도 중국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을 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3차 북한 핵실험 때에 비해 과연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낼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검토에 대해 환추시보가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중국이 한국 정부를 어떻게 보는지를 확연히 드러낸다. 그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그제 한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의 한중관계 발전은 중국 측에서 이구동성으로 최상의 관계라고 이야기하는 수준에 와 있다”고 자평했으니 말문이 막힌다.

러시아는 그제 “북한과의 교역량을 앞으로 10억 달러 규모로 늘릴 것”이라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다시 격화되는 양상이다. 미중이 북의 앞날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나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론 한미일이 3각 안보 공조로 북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솜방망이 제재로 북에 면죄부를 준다면 북의 5차, 6차 핵실험은 중국과 러시아에도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북한 핵실험#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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