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총장들 두차례 방북 성과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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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11월 셋째주내 방북”]
1979년 발트하임, 3자 옵서버 역할 제의… 1993년 갈리, 김일성과 ‘유엔사’ 입씨름

북한을 최초로 방문한 유엔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출신인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이다. 그는 1979년 5월 2, 3일 평양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회담하고, 이어 5일엔 서울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다. 남북한 모두 유엔에 가입하기 전이고, 동서 냉전과 그에 따른 남북 대치가 첨예할 때였다.

발트하임 총장은 김 주석에게 “한반도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당사자인 한국을 제외하는 건 불가하다.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제3자로서 조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무총장이 지명한 인사가 남북한 쌍방의 대화 통로로서 옵서버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는 “김일성이 ‘북한은 남침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유엔 옵서버 역할론’은 같은 해 10월 박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흐지부지됐다.

1993년 12월 24∼26일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시점에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가 김일성 주석을 만나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왔다’는 비판론이 많았다. 김 주석은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미국과 핵문제에 관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유엔이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엔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 유엔과 북한 간 비정상적인 관계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의 중재자 역할을 하러 갔다가 ‘유엔사부터 해체하라’는 엉뚱한 주문을 받은 셈이다.

반 총장이 전임 총장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한국인이란 사실이다. 한 유엔 관계자는 “같은 한국말로 반 총장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회담을 한다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유엔 주변에선 “북한은 여전히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핵 미사일 문제 등은 북-미 간 이슈란 인식이 강하다. 반 총장도 이전 두 총장처럼 빈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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