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절 의혹 정진엽 후보자, 보건복지부 장관 자격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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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대 의대 교수 시절인 2004, 2005, 2007년에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해당 논문에서 자신을 제1저자로 등재하면서 제자 이름을 공저자로 등록하지도 않았고, 2007년 논문의 표절률은 74%나 됐다. 이런 논문으로 서울대병원과 인체기초공학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것은 연구비 부정 수급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정 후보자는 어제 복지부 대변인실을 통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논문을 쓰면서 정확하게 지킬 건 다 지켰다”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선 지도교수가 제자의 석사 논문을 학술지에 다시 내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2000년 송자 전 교육부 장관이 표절 문제로 취임 24일 만에 하차한 것을 계기로 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작년 6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장관 청문회 때마다 거듭된 인사 검증 실패로 비판받았던 청와대는 지난해 인사수석비서관을 부활한 데 이어 올 2월엔 김기춘 비서실장 후임으로 이병기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인사위원장을 겸한 이 실장이 정 후보자의 표절 의혹도 철저히 검증했는지 궁금하다. 후보 검증 과정에서 이를 알고도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면 지금까지의 ‘표절 낙마’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얘기다. 연구 윤리조차 지키지 않는 장관이 다른 교수들의 연구비 부정 수급을 감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신임 복지부 장관 앞에는 메르스 사태를 제대로 마무리하고, 국가방역과 의료체계를 수술해야 하는 막중한 현안이 놓여 있다. 도덕적 권위를 잃은 장관이 보건정책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논문 표절이 사실로 밝혀지면 청와대의 책임이 무겁다. 교수 출신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문 검증은 더욱 엄정해야 한다. 오작동을 거듭하는 인사검증시스템을 이대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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