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경에 법인세 인상 덧붙이자는 ‘혹부리 정당’ 새정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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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 전제조건으로 또 법인세율 인상을 들고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세수(稅收) 부족으로 세입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만큼 이명박 정부에서 22%로 낮춘 법인세율을 25%로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은 “추경안에 ‘법인세제 개편을 포함한 구체적인 세입 확충 방안’ 등 부대의견을 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런 식이라면 24일까지라는 추경안 통과 여야 합의 시한을 넘길 공산이 크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8000억 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적자국채 발행으로 채워 넣어야 할 세입경정예산이 5조6000억 원이다. 재정건전성 악화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의 야당이 집권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5번 추경을 편성했고 그중 두 차례는 세입경정예산이 포함된 바 있다. 최근 세수 부족은 국내외 악재로 성장이 둔화하고 기업 실적이 나빠진 탓이 크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이 법인세 인상을 ‘혹’으로 붙이려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정 때 법인세 인상을 연계시켰다가 무산되자 국회법 개정안을 끌어들인 일과 흡사하다. 이번엔 증세를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불협화음을 부추기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올 초 국회 예산정책처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법인세를 올린 나라는 칠레와 헝가리밖에 없다.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마당에 한국만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 위축, 경기 침체, 세수 감소, 재정 악화의 악순환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이 협상 때마다 혹을 덧붙인다는 ‘혹부리 영감’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감면제도 손질에 나설 필요가 있다. 법인세의 공제·감면세액은 2006년 5조4000억 원에서 꾸준히 늘어 2013년 9조3000억 원이나 됐다. 특히 대기업이 받는 혜택이 커서 지난해는 법인세 실효세율 17.06%로 중견기업의 실효세율(17.71%)보다 낮다. 정부는 감면제도 중 가장 큰 규모인 연구개발(R&D) 세액공제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런 ‘빈틈’을 바로잡는 대신 법인세 인상만 고집한다면 반(反)기업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굳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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