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유전 장비 부실검수 180억 날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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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 혈세낭비 수사 확대
30년간 원유처분 제한 모른채 석유公, 페루 유전 5000억 투자도
檢 “특정인 겨냥한 수사 아니다”

자원외교와 관련한 검찰 수사의 초점은 해외 자원개발 목적으로 빌려준 ‘혈세’가 제대로 쓰였는지에 맞춰져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첫 수사 대상인 경남기업이 ‘성공불(成功拂) 융자’ 330억 원을 받아낸 뒤 이 회사 성완종 회장이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융자금 일부를 준 정황을 포착하고 경남기업과 C사에서 가져온 압수물과 회계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경남기업 등 여러 민간기업이 공기업과 함께한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과거에도 감사원 감사에서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이 회사의 정부 융자금 횡령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이명박(MB) 정부의 각종 해외 자원개발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경남기업의 융자금 횡령 의혹과 별도로 자원개발 사업에서 불거진 갖가지 혈세 낭비 행태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2년 감사원의 ‘해외 자원개발 및 도입실태에 대한 특정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가 참여한 러시아 캄차카 반도 ‘티길(Tigil)’의 한국컨소시엄은 충분한 검수를 거치지 않고 약 180억 원대 고정식 원유 시추기를 구입했다가 공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를 통보받자 130억 원대의 이동식 시추기를 다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정식 시추기는 현재 처분 불능 상태로 2008년부터 중국 상하이(上海) 항에 보관돼 있다. 하루 보관료만 약 60만 원이다.

석유공사는 베네수엘라 오나도 광구와 중국 마황산서 광구 사업에 투자했지만, 이들 국가가 국내법에서 ‘국가를 자원의 독점적 소유자’로 규정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결국 생산된 원유의 국내 도입이 불가능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페루의 ‘사비아페루’에 약 5000억 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사비아페루가 국영 석유회사와 광권계약(1993∼2023년)을 맺은 사실을 몰랐고, 결국 2023년까지 원유에 대한 처분 권한을 확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석유공사는 카자흐스탄 슘베 사업에 생산 원유를 카자흐스탄 내수용으로만 판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어 논란이 됐고, 캐나다 정유사 하비스트에서 생산된 원유는 품질이 낮아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없어 국내로 가져오지도 못했다.

또 한국석유공사는 사업 확장을 위해 캐나다 하비스트를 인수하면서 하비스트가 제출한 자료를 자체 검증도 없이 외부 평가 업체에 맡겼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하비스트의 자료에는 설비 이용률과 원유투입 비율 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었고, 결국 과대평가된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인수에 참여해 적정 기업가치보다 740억여 원을 더 주고 계약했다. 심지어 과대평가 사실을 이사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프로젝트 과정에서 투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에서 손을 뗀 경남기업의 지분을 비싼 값에 매입해 특혜 의혹에 휩싸인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해외 광물자원 개발자금 융자 지원 과정에서 융자대상 업체에 대한 신용등급 산정을 최신의 재무제표가 아닌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내려 기준 미달 업체에 돈을 지원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원외교 의혹, 포스코 비자금 의혹 수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단순한 의혹 수준이거나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사안까지 무차별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스럽다”면서 “증거에 따라 비리를 수사할 뿐, 기업과 특정인을 겨냥해 전방위적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몰아치는 검찰의 압수수색 등에 대해 ‘무차별 사정정국’ ‘MB때리기 수사’라는 얘기 등이 나오면서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변종국 bjk@donga.com·최우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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