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깨알 리더십’보다 ‘공유 리더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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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정스타일도 쇄신” 목소리
인적쇄신만으로는 국가 개조 안돼
만기친람 벗어나 권한-책임 나누고 입법 추진 위해 야당도 끌어안아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 대국민 담화 메시지가 명확해지고 국가 개조 작업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경쟁 상대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20일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특별성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 대통령이 스스로 바뀌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국정운영 시스템과 기조뿐만 아니라 국정철학과 리더십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야당뿐이 아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일제히 인적 쇄신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내각과 청와대는 ‘무한책임’이 아닌 ‘무책임’의 민낯을 드러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국무총리 인선을 시작으로 내각 개편 등 인적 쇄신에 들어간다.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인사를 얼마나 많이 발탁하는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직접 국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가 리더가 돼 뛰도록 하는 이른바 ‘공유 리더십’이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흔히 ‘깨알 리더십’으로 불린다. 작은 사안까지 일일이 불러주면 장관과 수석들은 열심히 받아쓰는 모습이 국민에게 각인된 결과다. 19일 대국민 담화 발표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종 담화문을 놓고 수석비서관들이 모여 독회(讀會)하는 과정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중요한 담화임에도 소통보다는 보안을 우선한 것이다. 담화 발표 이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하나하나 정리하기에 바빴다.

담화에도 해양경찰청 해체 같은 충격요법은 있었지만 앞으로 국정 운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도 정부조직 개편 같은 하드웨어 손질과 각종 법안 개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지만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언급도 없었다. 담화 발표 이전이든 이후든 세월호 대책과 관련해 국정 파트너인 야당과 충분히 상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필요하다면 야당의 제언도 담화문에 담는 세련된 정치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한 명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며 “대통령을 ‘잘 모시고’ 일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함께’ 일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인적쇄신#대국민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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