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수방사에 탐지장비 없어… 눈으로만 감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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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정찰기 침투 파장]
1·21사태처럼… 구멍 뚫린 靑 경계망

2일 북한의 무인정찰기가 청와대 내부 촬영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통령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이론상으로는 무인정찰기에 폭탄을 실어 청와대 안마당에 떨어뜨리거나 자폭테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김신조 등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청와대 코앞까지 경계망을 뚫었던 것처럼 46년이 지나서 청와대 방호망을 유린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무인기 속도는 925km/h이고 휴전선에서 청와대까지 거리는 40km에 불과해 2분 40초면 도달할 수 있다. 인왕산을 돌아 청와대를, 관악산을 돌아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를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 육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문제는 방호망을 이중 삼중으로 강화한다고 해도 무인정찰기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데 있다. 청와대로 접근하는 무인정찰기를 가장 먼저 포착해야 할 책임은 수방사에 있다. 하지만 매우 낮게 날아가는 무인정찰기는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데다 설령 잡힌다 해도 레이더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 새(鳥)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파 등을 활용해 무인정찰기를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장치는 개발돼 있지만 청와대나 수방사에는 아직 설치돼 있지 않다. 방공망 강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로 접근하는 무인정찰기를 찾아낼 단 하나의 방법은 경호원들의 눈이다. 하지만 날아오는 무인정찰기를 육안으로 확인한다고 해도 보통 시속 160km에 이르는 무인정찰기의 테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육안 식별이 불가능한 야간에는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 경호실, 동서남북+하늘 ‘五周경계’ 강조


청와대 경호실은 북한 무인정찰기 발견 전부터 관련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박흥렬 대통령경호실장이 지난해 2월 부임한 이후 무인정찰기 대비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5월경 경호실은 대통령비서실이 있는 위민관 옥상에 새 초소를 설치했다.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 방향보다는 경복궁 쪽에서 날아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복궁 방향에 대한 경계를 강화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 야산에 추락한 북한 무인정찰기도 경복궁 방향에서 청와대 내부를 촬영하려 했다.

무인정찰기 발견 시 전자파를 이용해 항공기를 추락시킬 수 있는 장비도 이미 도입돼 있다고 한다. 경호원들에게는 산탄총도 지급됐다. 산탄총은 탄환이 흩어지면서 발사되는 것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을 맞힐 때 사용한다.

경호실에서 청와대 경계근무 시 오주경계(五周警戒)를 강조하는 것도 무인정찰기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오주경계란 동서남북을 살피는 사주(四周)경계에 하늘을 추가한 것이다. 경호실에서는 경호원들에게 무인정찰기의 엔진 소리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도록 청음(聽音) 청취(聽取)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정찰기를 경호원이 발견해 조치를 취하려 할 때는 이미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동정민 기자
#청와대#수방사#탐지장비#무인정찰기#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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