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상대로 靑NSC 콕 찍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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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판문점서 고위급 회담… 남북한 현안 ‘빅딜’ 시험대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의한 것은 8일 오후 5시경이었다.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하자”고 요구했다. 올해 초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명에 따른 공개서한으로 평화 공세를 계속해온 북한이 국방위 명의로 남북대화까지 제안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접촉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말 아닌 행동을 보이겠다는 진정성이 확인될 경우 남북 현안의 포괄적 타결을 이루는 ‘빅 딜’의 첫 시험대로 삼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가 절실한 이유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남북대화에 대한 적극성을 두고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과의 관계마저 정상이 아닌 북한으로선 외자 유치로 경제난과 국제적 외교적 고립이라는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북관계 진전을 발판으로 나빠진 대외 이미지를 회복하고 중국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측의 전격적인 제안에 청와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관계 장관들이 참석하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회담 제의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부터 회담 대표의 격, 회담 의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요구와 의지를 전달하고 북한도 대화와 관계 정상화 의지가 있는지를 들어보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할 환경인지를 점검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정부가 “북한과 사전 접촉은 없었다”며 이번 만남을 공식적으로는 ‘회담’이 아닌 ‘접촉’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섣부른 논의보다 ‘북한의 입장 청취’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회담 대표의 급과 회담 시기에 대해서는 8일 이후 11일까지 수차례 판문점 남북 연락관 통화로 비밀리에 의견이 오갔다. 11일 오후에야 12일 회담 개최에 남북이 합의했다.

○ 청와대, “남북대화 이어가는 게 1차 목표”


청와대가 이번 회담에 직접 나선 이유는 북한의 강한 요구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그런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일단 나가서 북한 얘기를 들어보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즉, 실무급 회담에서 먼저 협상한 뒤 고위급 회담으로 나아가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는 북한의 포괄적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고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진전시킬 모멘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통일부는 “사전에 정해진 의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산가족부터 북핵 이슈까지 남북관계의 본질적 문제가 모두 테이블에 올려질 것으로 보인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명박 정부)은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나 한미 군사훈련보다 (중대제안에서 주장한) 상호 비방과 대북 심리전 중단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북한이 어떤 얘기를 하든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접촉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2차, 3차 남북대화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규현 차장은 미국통의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북한 업무를 직접 맡은 적은 없지만 외교부 장관 특별보좌관과 차관 시절 북핵문제를 다뤘다. 북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부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싱가포르 남북 비공개 접촉의 막후 메신저 역할을 하는 등 남북협상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정성택 기자
#북한#남북 고위급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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