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그들만의 복지 잔치’ 없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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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고강도 개혁]
방만경영-과다부채 32곳 집중관리

11일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정부가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내놓은 공공기관 대책이다. 7월에 나온 ‘합리화 대책’이 현 정부 공공기관 정책의 기본 틀을 제시한 것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국정감사와 언론 등에서 지적된 방만경영이나 과다부채를 시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무조건 공공기관을 힘으로 찍어 누르기보다는 기관장과 주무부처의 자율에 맡겨 기관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썼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는 그간 공공기관 부실의 주요 해결책으로 거론돼 온 구조조정과 민영화, 낙하산 인사 개혁에 대한 언급이 모두 빠져 있다. 따라서 정부가 그간 예고했던 수준에 비해 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방만경영 제대로 안 고치면 기관장 해임

정부가 이번 대책 마련을 위해 조사한 주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사례들을 보면 민간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수업료가 비싼 자사고 및 특목고에 다니는 자녀에게도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지출한 금액이 지난해에 1인당 500만 원 선이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대학에 입학한 자녀가 있으면 100만 원의 축하금을 준다. 과다한 휴가나 퇴직자 지원으로 도마에 오른 사례도 많다. 한전은 업무상 부상으로 인해 퇴직하거나 순직한 직원이 있으면 유가족에게 10년간 매년 120만 원과 장학금을 지원한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본인과 배우자 부모의 회갑 휴가를 3일이나 준다.

노조가 회사의 경영·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기관도 많다. 고용세습 규정을 둔 많은 공공기관이 순직자의 가족에게만 혜택을 주는 데 비해, 강원랜드는 직무와 관계없이 사망하거나 정년퇴직을 할 때에도 직계가족에게 채용 우선권을 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노조 간부를 인사조치 또는 징계할 때 노조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고, 한국연구재단은 쟁의기간에도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방만경영의 중점관리 대상으로 꼽은 20개 기관에서 내년 1월까지 정상화 계획을 받을 예정이다. 9월 말까지 추진실적이 미흡하면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방만경영을 제어할 수 있는 경영평가도 강화해 현재 8점으로 돼 있는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항목의 평가비중을 12점으로 높인다. 이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전체 등급이 크게 낮아져 성과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 기관장·임원 보수 최고 26% 삭감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은 ‘자구노력-정책 지원-이행 평가’의 3단계로 진행된다. 정부는 부채 중점관리 대상인 12개 기관에 부채증가율을 당초 전망대비 30% 축소하고, 모든 사업을 사업타당성을 고려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관들이 이에 맞춰 내년 1월까지 부채감축계획을 제출하면 정부는 이를 심사해 요금 조정, 재정 투입 등 정책 지원을 한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채권 발행도 마음대로 못 한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5개 공기업이 공사채 발행을 하기 전에 주무부처 승인을 받게 돼 있는데 앞으로는 12개 중점관리 기관으로 확대된다.

기관장 및 임원 보수는 일률적으로 대폭 깎기로 했다. 기본연봉은 그대로 두되 성과급 상한을 내리는 방식이다. 성과급을 최대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지금까지 3억 원대를 받았던 기관장들은 연봉이 2억 원대로 줄어든다. 금융 공기업은 기관장 연봉이 21.6%, 에너지 공기업은 26.4% 각각 깎인다. 직원들의 경우 3급 이상 최상위 직급은 동결하고 총인건비 인상률도 1.7%로 묶는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노조와의 이면합의 내용은 1월까지 자진 공시토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관장을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공공기관#과다부채#방만경영#기관장#임원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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