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받은 靑, 양자? 3자? 무산? 3각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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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5자회담 靑제의’ 거부

웃고는 있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국정조사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오른쪽)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국정조사 청문회 개최 일정은 합의됐지만 여야는 여전히 핵심 
증인 채택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웃고는 있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국정조사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오른쪽)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국정조사 청문회 개최 일정은 합의됐지만 여야는 여전히 핵심 증인 채택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담(민주당 김한길 대표·3일)→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담(새누리당 황우여 대표·5일)→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5자회담(청와대·6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비롯해 꽉 막힌 정국을 풀어보자는 취지로 제기된 대통령과의 대화가 참석 대상을 둘러싸고 계속 꼬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안에 역제안 수정안 등이 마구 튀어나와 어지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6일 제안한 5자회담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포함된 게 핵심. 원내 현안을 지휘하는 원내대표를 만나 9월 정기국회 민생법안 처리를 요청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도 강창희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산적한 국정 현안이 원내에 많은 만큼 원내대표를 포함해 회담을 하는 것으로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를 의식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고민 끝에 “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양자나 3자로 하든지, 아니면 말든지 결정하라”고 다시 박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

○ 사실상 거부한 민주, 왜?

민주당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오후 6시 브리핑을 열어 “전병헌 원내대표는 일대일 영수회담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양자, 3자, 5자로 변질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거부라기보다는 영수회담이 선행돼야 한다고 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제안이 나온 지 4시간 뒤였다.

정 대변인은 “원내대표 개인의 입장”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원내 지도부와의 논의를 거쳐 발표했고, 전 원내대표가 사전에 김 대표에게 구두보고를 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공식 입장이나 다름없다. 당 핵심 관계자는 “5자회담에 대한 당의 부정적 기류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5자회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박영선 의원은 트위터에 “5자회담 제의는 여왕님 주재회의에 야당을 들러리 세우겠다는 모양새”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7년 전인가요? 참여정부 때도 박근혜 야당 대표를 대통령이 단독으로 만났다”고 강조했다. 이석현 의원은 “이렇게까지 회담을 구걸해야 하나”라고 했고, 최민희 의원도 “5자회담은 야당 대표를 신하 정도로 보는 오만의 극치”라고 쏘아붙였다. 한 당직자는 “2인분을 시켰더니 난데없이 5인분이 나온 격”이라며 “비굴하게 대통령 만나서 무슨 대화가 되겠나. 의원들이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애초 박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한 것은 큰 틀의 정국 타개책을 이끌어내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5자회담은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에 ‘당부’를 하는 모양새가 되기 쉽다는 게 민주당 측 우려다.

민주당은 다만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은 채 박 대통령에게 다시 결정권을 넘겼다. 먼저 빼어 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했다가는 정치적 역풍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입장을 논의하기로 했다.

○ 다시 공 넘겨받은 청와대


민주당의 태도에 청와대는 불쾌해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일부 깨면서까지 회동에 직접 나서겠다고 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당연히 수용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5자회담을 제안한 건 국정원 문제든 뭐든 원내에서 풀어야 할 것들이기 때문에 원내대표를 포함해 실질적인 회담을 하겠다고 한 것인데 이를 두고 성의 없다고 비판하는 것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영수회담에 대해 “야당의 파트너는 당연히 여당이 돼야 한다.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하고 있지도 않고,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들은 이유야 어찌됐든 정치권이 빨리 이 꼬인 정국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텐데 또 무산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담 형식을 놓고 청와대와 민주당 간에 물밑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청와대도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일대일 양자회담과 5자회담의 절충 형태인 3자회담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장강명·동정민 기자 tesomiom@donga.com
#청와대#민주당#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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