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불씨되어 백두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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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년… 통일을 노래하다/캠프 그리브스 평화 포럼]
■ 젊음 발산한 평화의 축제

“예통명단(군에 사전에 ‘예정통보’한 신원 명단) 확인이 있겠습니다.”

27일 파주시 동아일보 채널A가 공동 주최한 ‘캠프 그리브스 평화 포럼’에 참석하는 대학생 ‘영 피스 리더(Young Peace Leader)’나 축하공연 출연진 등은 예외 없이 경기 파주 임진강역에 집결해 군으로부터 이런 예통심사를 받아야 했다.

최북단 미군기지였던 캠프 그리브스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언제 북한의 도발이 있을지 알 수 없는 곳인 만큼 나이,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등을 기재한 개인정보를 군에 사전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출입 심사는 통일대교 위에서 무장 군인들에 의해 다시 한 번 진행됐다. 지그재그로 놓인 바리케이드를 곡예를 하듯 지나 파주시 군내면에 위치한 캠프 그리브스에 도착했다.

한 대학생은 “평화 포럼에 참석하는 데 무장군인의 출입심사를 받는 기분이 참 묘했다. 분단의 현실을 처음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크라잉넛 “달려봅시다” 인기 록밴드 크라잉넛이 “(통일이 돼) 백두산까지 달려 보자”고 외치며 대표 히트곡 ‘말 달리자’를 열창하자 영 피스 리더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크라잉넛 “달려봅시다” 인기 록밴드 크라잉넛이 “(통일이 돼) 백두산까지 달려 보자”고 외치며 대표 히트곡 ‘말 달리자’를 열창하자 영 피스 리더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영 피스 리더들이 통일의 불씨 돼 달라”

“전쟁과 분단의 시대에서!” “평화와 통일의 시대로!”

오후 2시경 사회자의 선창에 영 피스 리더 100명은 캠프 그리브스의 굳게 닫힌 철책 문을 밀어 젖혔다. 대학생들이 캠프 그리브스 안으로 들어서자 육군 보병 1사단 군악대의 화려한 연주가 흘러나왔다. ‘빨리 와서 만나자!’ ‘다시 볼 때까지 몸 건강히’ 등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내용이 적힌 리본들이 철책 문에 매달린 채 바람에 나부끼며 영 피스 리더들의 방문을 환영했다.

영 피스 리더 남녀 대표는 발대식에서 “통일코리아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격려사에서 “평화와 통일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며 “남북한의 신뢰 회복과 대화 주도권을 쥐기 위한 힘과 안보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일 파주시의회 의장은 “이번 평화 포럼이 영 피스 리더들이 진로를 선택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은 축사를 통해 “독일 사람들은 동서독 통일을 ‘재통일’이라고 부른다. 원래 하나였던 조국이 다시 합쳐졌기 때문이다. 남북통일도 마찬가지”라며 “영 피스 리더들이 한반도 통일의 불씨가 돼 전세계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뿐사뿐 안성시립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소속 어름사니(줄 타는 사람)가 3m 높이의 외줄을 건너는 모습을 관객들이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사뿐사뿐 안성시립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소속 어름사니(줄 타는 사람)가 3m 높이의 외줄을 건너는 모습을 관객들이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 “남과 북도 하나의 길로 걸어가는 날이 오길”

오후 6시에 시작된 평화 포럼 축하공연의 오프닝은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 솔로이스트(독창자)들이 열었다. 그들은 ‘블루벨스 오브 스코틀랜드’,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테마곡, 아리랑 등 아름다운 선율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의 팀 구성부터 공연 마무리까지 진두지휘한 배종훈 음악감독 겸 초대 국군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평화 포럼 취지에 맞게 곡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블루벨스 오브 스코틀랜드는 조국의 번영을 바라는 마음을, 쉰들러 리스트는 전쟁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리랑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노래이죠. 평화 포럼이 전쟁의 아픔을 딛고 밝은 미래를 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인기 록밴드 ‘크라잉넛’은 “저희도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백두산까지 달려봅시다”라고 외치며 대표적 히트곡 ‘말 달리자’를 열창했다. 영 피스 리더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었고, 함께한 파주시민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소프라노 이효진 씨와 바리톤 박정민 씨는 ‘그리운 금강산’을 멋진 성악으로 들려줬다. 국악밴드 ‘훌’은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피리로 짧게 연주하며 통일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훌에서 드럼을 맡은 류하림 씨(30)는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의 친동생이 북한에 계신다”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꼭 동생을 보고 싶다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이산가족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통일이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의 피날레는 안성시립 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이 맡았다. 3m 높이의 외줄에서 어름사니가 부채를 들고 사뿐사뿐 한 걸음씩 내딛자 관객들은 “어이쿠” 탄성을 내질렀다. ‘외줄 타는 것이 얼음 위를 걷듯이 어렵다’는 뜻에서 줄타기하는 사람을 남사당 용어로 어름사니라고 한다. 어름사니는 부채 하나로 겨우 중심을 잡는 듯하더니 순간 밑으로 내려앉다가 이내 줄의 반동을 이용해 새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가 “남북이 통일이 돼서 제가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한길로 서로 건너가길 바란다”고 말하자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줄타기 공연이 끝나고 풍물단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한바탕 춤사위를 시작하자 신명나는 놀이판이 벌어졌다. 꽹과리와 장구를 치며 관객석 곳곳을 돌아다니자 영 피스 리더들은 서로 손을 잡고 강강술래 노래를 부르며 주위를 빙빙 돌았다. 대학생 황세미 씨(20·여)는 “이번 포럼을 통해 통일과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파주=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캠프 그리브스 평화 포럼#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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