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촘촘해진 대북제재… 보석이름까지 명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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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리 결의안 2094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현지 시간 7일)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로 내놓은 결의안 2094호의 핵심은 촉구 또는 권고 형식이던 기존 제재규정 중 절반 이상을 의무화해 강도를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제재 대상 사치품을 ‘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같은 보석, 요트, 경주용 자동차’로 명시하는 등 제재 내용도 기존보다 촘촘하고 정밀해졌다.

○ 제재 타깃을 겨냥한 ‘스마트 제재’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지난달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24일 만에 나왔다. 논의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 부분은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와 관련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선박 검색 과정에서 북한이 완강히 저항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이다. 배 위에서의 무력 충돌이 순식간에 국지전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북핵에 반대하지만 동북아 지역의 안정이 손상되는 것에도 민감한 중국의 이해가 반영된 주장이기도 했다. 결국 유엔 안보리는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은 의무 규정으로 바꾸되 북한이 검색을 거부할 경우 강제 집행하지는 않고 배를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정리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사치품 품목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의 우려를 반영해 보석과 요트, 자동차의 3개 품목으로 제한했다. 북한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수출입 규제 과정에서 북한과 직접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안 2094호는 일각에서 거론되던 ‘2차 제재(secondary boycott)’ 방식의 포괄적 제재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2차 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과의 거래까지 금지하는 간접 제재를 말한다. 그 대신 핵과 미사일 개발 관련 움직임 및 이에 관여해온 단체와 개인을 대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이른바 ‘스마트 제재’의 틀을 유지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 정권을 제재하면서도 그 파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상을 넓혀 포괄적으로 압박하는 이른바 ‘이란식 제재’는 미국 등이 북한을 상대로 한 양자 제재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 북한의 반발 수준에 국제적 관심

새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은 해외 금융거래와 대외무역은 물론이고 외교관들의 활동까지 과거보다 대폭 강화된 규제를 받게 된다.

북한이 결의안 채택 직후 어느 기관을 통해 어떤 수위의 비난 성명을 내놓을지가 향후 북한의 움직임을 가늠해볼 주된 포인트다. 유엔 안보리가 1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지난해 12월)에 대응해 결의안 2087호를 내놨을 때 외무성 성명, 국방위원회 성명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비난 수위를 높이다가 지난달 3차 핵실험을 했다. 이번 결의안 2094호에 대한 북한의 반발 성명에 박근혜 정부를 직접 겨냥한 비난이 나온다면 북한은 당분간 새 정부와 관계개선을 시도할 의사가 크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이 결의안 내용을 얼마나 이행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제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새 결의안의 실제 효과는 20∼30%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재 국면이 본격화될 3월 하순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조사기구 설치, 천안함 폭침사건 3년 등 북한이 도발 빌미로 삼을 만한 일정들이 몰려 있어 한반도 정세가 악화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흐름 속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비롯한 대북정책을 어떻게 조율할지,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의 협력을 어떻게 강화해갈지에 국제적 관심이 쏠린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결의안 2094호#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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