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민 감탄한 ‘호텔같은’ 유방암센터…北의료 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7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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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 암거래 만연…의료서비스 빈부격차 심화"

북한이 한 산부인과 병원에 '호텔 같은' 유선종양연구소(유방암센터)를 지어 눈길을 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유방암을 본격적으로 연구·치료하겠다며 산부인과 병원인 평양산원에 유선종양연구소(유방암센터)를 지었다. 이 센터에는 유럽에서 수입한 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 등이 설치됐고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근무한 우수 의료진도 배치됐다.

한 평양시민은 여기서 치료 받은 뒤 "호텔에서 휴양하는 느낌"이라고 감탄했다.

그러나 북한의 의료현실에 관심을 기울여온 국내 의료인들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북한의 의료현실에 맞지 않는 투자라며 고위층을 위한 시설 아니냐는 것이다.

17일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박상민 교수팀이 의사 출신 북한이탈주민(9명)과 일반 북한이탈주민(2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거쳐 북한 의료현실을 다룬 '북한의 보건의료체계 현황조사 및 균형적 질 평가' 보고서를 보면 북한 의료현실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국부(國富) 축소로 국민의료비를 줄여왔고 이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임금지급 기능과 각 의료기관에 대한 의약품 공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의약품 공급 등 의료체계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기능 약화와 이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의약품의 암거래 현상이다.

중앙의약품관리소에서 각 도·시·군의 약품관리소로 전달돼야 할 의약품 중 적잖은 수량이 유출되고 있고 이 의약품은 암시장(장마당)으로 넘겨져 주민들에게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는 것이다.

양강도 의사 출신인 한 북한이탈주민은 "어떤 사람이 약품관리소에서 페니실린을 공짜로 가져와서 장마당에는 10원에 넘긴 적이 있다. 10원에 넘겨서 (중간 매매인은) 25원에 판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약품공급이 끊겨 병원에서 주민에게 무료로 줄 수 있는 약은 한약이 대부분이며, 모든 의사가 매년 2회씩 약초 채취에 동원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암시장에서 약을 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조사대상자(199명)의 69%에 달했다.

박 교수팀은 "배급·수당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료인과 약품공급에 연관된 중간 매개자들에게 의약품은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도구가 됐다. 의료인에게도 비공식적 의료시장이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산전·산후 여성에 대한 의료지원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경험 등이 있는 북한이탈주민 여성 110명을 조사한 결과 '임신 중 산전진찰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은 61.8%에 불과했다. 이중 '의사로부터 산전진찰을 받았다'는 응답률은 45.5%였다. '집에서 출산했다'는 응답률도 33%에 달했고 산후진찰 경험에 대해서는 69%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팀은 "정부 소유 의료기관들이 충분한 예산 없이 의료서비스 유지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고 이미 시장기능과 연계돼 복합적인 후기 사회주의 의료체계에서보이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취약한 주민들이 의료서비스에서 쉽게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국 및 국제사회의 향후 대북 의료지원 방향에 대해 북한의 보건의료 질병 부담 및 우선순위를 세부적으로 따져 임신·출산 등 취약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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