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통상분리’ 반발에 인수위 즉각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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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헌법 골간 흔들어”… 진영 “장관이 헌법 왜곡”
金 “국제관행 어긋나”… 陳 “대통령권한 침해”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 중 외교통상부에서 통상을 분리하는 방침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여러 차례 “문제될 것 없다”고 밝혔지만 4일 외교부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외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통상교섭 권한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행사하도록 할 경우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골간을 흔드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교부 장관이 행사해 온 조약 체결 및 비준권을 신설되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넘기는 내용을 담은 ‘정부 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외교장관이 국가를 대표하고 조약 체결을 관할하는 것은 국제 관행이며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에도 명문화돼 있다”며 “한국이 통상조약에 대해서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를 관할하게 하는 것은 국제 관행이나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국익 차원에서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김 장관의 발언은 하나의 궤변이며 부처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진 부위원장은 “외교부 장관이 헌법정신을 왜곡하면서 헌법상 대통령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조직법은 헌법에 근거한 법률인 만큼 그 내용을 국회에서 개정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부 내 갈등은 민간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국국제경제법학회는 지난달 25∼30일 국제통상 전문가인 회원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외교부의 통상 기능 분리에 반대하는 의견이 24명(75%)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찬성은 4명(12.5%)에 그쳤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23개 경제·산업단체는 이날 일간지 광고를 통해 “통상 기능의 산업 부처 이관은 올바른 선택”이라며 인수위의 개편안을 지지했다. 이들은 “통상 관련 모든 기능이 산업 부처로 일원화됨으로써 업계의 불편 해소는 물론이고 통상 이익, 나아가 국익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세종=황진영 기자 lightee@donga.com
#외교부#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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