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조직개편안]산업과 한묶음된 통상, 외교관 대신 경제전문가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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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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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 기능, 외교부서 떼어내 산업통상자원부로

유민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룸을 가득 채운 취재진 앞에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유민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룸을 가득 채운 취재진 앞에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외교통상부에서 ‘통상’이 떨어져나가서 지식경제부와 결합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새롭게 탄생하게 됐다. 정부의 산업과 통상 업무가 15년 만에 다시 합쳐지게 된 것이다.

외교통상부 산하 장관급 기구인 통상교섭본부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대외 통상교섭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를 벤치마킹해 신설한 조직이다. 1994년 설립됐던 통상산업부는 이때 해체됐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5일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통상환경 개선과 통상교섭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교관이 아닌 실물경제 전문가가 통상 업무를 맡게 되면 대외 협상의 궁극적 목적이 국내경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생에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 등에서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 등 산업 유관부처와의 협조가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부처의 한 당국자는 “FTA 협상을 하면서 외교부가 국내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양자 외교관계에서의 ‘정무적 판단’을 앞세운 경우가 많았다. 산업과 통상이 한 부처에 합해지면 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협상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와의 치열한 통상협상 못지않게, 국내에서 이해당사자와 반대파를 설득해야 하는 ‘대내협상’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정치적 환경도 산업과 통상의 결합을 불러왔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외교부가 지나친 비밀주의로 국내 반대파를 자극했던 사례 등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런 개편안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여러 당국자들 입에서 “멘붕(멘털 붕괴)”이라는 개탄이 터져 나왔다. 더군다나 조직의 수장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열흘 일정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인도 순방을 떠난 상태여서 조직 전체가 휘청하는 분위기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솔직히 나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한 고위당국자는 “통상 업무를 국내 경제와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서 과거 산업화 시대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에서 통상 업무를 떼어내면 조직규모와 인원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900여 명의 본부 직원 중 약 6분의 1(150여 명)이 통상교섭본부 직원이다. 주제네바 대표부 등 통상 관련 업무가 많은 해외공관의 자리도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겨줘야 한다. 외교부 몫의 공관장 자리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라인이 좀 부실했다는 평가도 있지 않았느냐”라며 “국가 위상이 커진 만큼 미국 국무부가 하는 것처럼 (외교부는) 안보 부분에 집중하면서 외교 전문역량을 키우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외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인수위는 조만간 통상교섭본부의 어떤 기능이 외교부에 남고 어떤 부분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길지 등의 세부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이정은·이상훈 기자 lightee@donga.com
#유민봉#경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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