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기정부에 바란다]<6>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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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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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강국을 기대한다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가다듬어 국민에게 선보일 날이 머지않았다. 평생학습사회에서 교육은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나름대로 강조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진 가치인 행복과 배려, 그리고 경쟁력과 좋은 일자리는 교육과 융합되어 하나의 정책으로 녹아서 추진돼야 한다. 섣부르게 고치려고 나서지 말고, 백년을 바라보고 계획을 세우고 과거로부터의 학습을 통해 향후 5년간 할 수 있는 과제를 모으고 우선순위를 세우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교육시스템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핀란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초등학생과 중고교생의 수학 및 과학 실력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리가 6·25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시작해서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인재대국을 강조한 교육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가치를 희생하고 자녀교육에 열정을 쏟아부은 학부모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학부모의 휜 등골과 처진 어깨를 바로 세우고 북돋우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방향을 잡고 끌고 가는 식이 아니라, 수요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다양한 리그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맘껏 기량을 발휘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소외되고 뒤처지는 그룹이 없도록 배려하고 이들이 보다 나은 역량개발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직무능력표준을 개발하고 평가하는 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미국을 제치고 대학진학률 세계 1위를 기록하는 한국에서 대학교육은 보통교육이 됐다. 그러나 정작 대학의 질을 이야기하면 기가 죽는다. 세계 100위권 대학은 여전히 서울대 하나 또는 포스텍과 카이스트를 포함하면 셋에 불과하다. 대학졸업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대학교육의 부실에 대해 불평한다.

하지만 대학은 정작 다양화하고 특성화하기보다는 획일적인 백화점식 운영방식을 보편적으로 따르고 있다. 입학만 하면 졸업은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고 교수 1인당 학생수는 초등학교보다도 훨씬 열악한 수준이다. 학벌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기준을 바꾸어 나가고 수월성과 보편성이 균형을 이루려면 가장 먼저 우선순위에 두고 발전시켜야 할 정책이다.

다음으로 강조해야 하는 교육공약의 핵심은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줄여 자연스럽게 사교육비 부담을 덜겠다는 내용이다. 초중고교에서 치르는 각종 시험과 입시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출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강력한 불이익 조치를 취하며 이를 위해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제정해 정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수업과정 외에서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고득점을 원하는 학생은 자연스럽게 선행학습을 해야 했고, 그 결과 사교육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인식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선행학습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해 사교육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은 실현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행복한 학교교육, 경쟁력 있는 대학교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과도한 평등주의 문화와 중앙집권적 전통을 이해하는 한편, 여기에 자유주의를 조화시키는 균형 있는 교육이념의 설정 및 확산이 필요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도 평등주의와 함께 자유주의를 강조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균형이 깨지면 인재가 유일한 자원인 대한민국의 내일은 희망이 없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으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세계 제일의 교육열, 교육을 국가적 어젠다로 상정하는 교육개혁의 열망을 잘 활용해야 한다. 범정권적 초당적 교육정책의 중장기적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게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박근혜#차기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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