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되는 ‘박근혜식 증세’… 세수 효과는 목표액 5%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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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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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고소득자 주된 표적… 사실상 ‘부자 증세’

‘박근혜 식 증세 방안’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이전보다 과세 대상을 넓히고, 세금 하한(下限)은 올리며, 세제 혜택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율을 올리는 것만 빼고 가능한 증세 방안을 집대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세의 주된 표적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이다.

24일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전후해 새누리당이 내놓은 조세 개혁 방안은 5, 6가지에 이른다.

소득세의 공제 한도를 2000만∼3000만 원 수준으로 설정하는 안이 최근에 나온 증세안이다. 저소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세(稅) 감면을 받는 고소득자의 혜택을 총액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고소득자의 세금을 깎아 주는 데 한도를 두겠다는 것. 새누리당은 근로소득세를 내는 고소득자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 사업소득세를 내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최저한 세율(각종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도 현행 35%에서 최고 5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항목 모두 사실상의 ‘부자 증세’다.

법인세 최저한 세율은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시 현행 14%에서 16%로 2%포인트 높이기로 야당과 이미 합의했다. 금융부문에서는 주식양도차익과세 대상이 ‘지분 2%, 시가총액 50억 원 이상’ 대주주로 확대됐고,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내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은 3000만 원 이하로 하향 조정돼 과세 대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이런 일련의 세정(稅政) 개혁으로 차기 정부의 복지 공약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세수(稅收)가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들을 실현할 만큼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기업 최저한 세율 인상은 연간 2000억∼3000억 원, 금융소득종합과세 및 주식양도차익과세 강화는 400억 원 안팎의 세수 확대가 기대된다.

고소득자 소득공제 한도 설정, 자영업자 최저한 세율 인상도 효과는 제한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행 방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둘을 합치면 연 1000억∼2000억 원 정도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세입 확충 규모를 5년간 48조 원(연 9조6000억 원)으로 잡은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나온 방안을 모두 합쳐도 목표액의 5%(연간 약 5500억 원)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박 당선인은 ‘지하경제 양성화’로 매년 1조6000억 원을 더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 비용이 늘어나 기대만큼 세수가 늘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통합당도 박 당선인의 “증세 의지가 부족하다”라며 연일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24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세율 인상 없는 증세를 고수하는 새누리당과 세율 인상, 과표구간 조정 등 ‘직접 증세’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팽팽히 맞서며 파행으로 끝났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상학부 교수는 “연간 수천억 원 단위의 세정 개혁으로는 100조 원이 넘는 공약 재원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각종 세목의 세율 인상 없이 굳이 방법을 찾는다면 공무원 인건비 삭감 등으로 세출(歲出)을 과감히 줄이는 것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근혜#증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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