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文과 安 ‘노이즈 마케팅’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단일화 신경전 가열… 자제모드 접고 날선 공방
되레 관심 높아져… “송대관-태진아처럼 윈윈”

대선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주도권 다툼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아름다운 경쟁’을 내세우며 서로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던 양측의 태도가 최근 바뀐 것을 두고 일각에선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투박한 말투로 다투듯 경쟁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은 가수 ‘송대관-태진아’나 특허 전쟁을 통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을 함께 끌어올린 ‘삼성-애플’의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신동엽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전략적으로 봤을 때 시장에서 성격이 유사한 두 기업이 차별적 우위를 내세우면서 경쟁을 하고, 그 결과 시장에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 두 기업의 외연은 계속 확대되는 반면 나머지 기업의 자리는 계속 줄어들게 된다”며 “삼성과 애플도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두 당사자는 겉으로는 싸우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서로 같은 목적을 향해 이익을 얻는 ‘윈윈’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공방은 예전 같지 않게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9일 정당대표 라디오연설에서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다”라며 안 후보의 약점을 정면으로 찔렀다. 정권교체를 위한 ‘동반자적 관계’를 강조하며 안 후보 비판에 조심스러웠던 이전의 민주당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문재인 후보도 8일 “정당 혁신과 새로운 정치는 정당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며 정당 기반이 없는 안 후보의 약점을 부각했다.

안 후보도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대표의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대해 “(무소속 대통령도)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 캠프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YTN에 나와 단일화에 대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잘 이기는 게 중요하다. 4월 총선의 뼈아픈 기억이 무조건 힘을 합친다고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치개혁을 더 강조하는 ‘모호성 전략’을 통해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이해찬 “무소속의 국정운영 불가능”… 安 “할 수 있다” 맞받아 ▼

문, 안 후보는 유세 일정을 두고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북 구미시 불산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문 후보가 5일 “조만간 현장을 찾겠다”고 하자 안 후보는 다음 날 “8일 구미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 후보는 7일 사전 예고 없이 구미 방문을 발표하고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안 후보 측에서는 ‘김 빼기 작전’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안 후보가 지난달 14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같은 달 27일 전남 여수 처가를 방문하는 등 호남 투어에 나서자 문 후보는 27일부터 이틀간 호남을 방문해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안 후보는 추석 연휴 직후인 이달 2일부터 2박 3일간 다시 호남을 찾는 등 ‘일정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이 날선 공격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모두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단일화가 예상되는 두 후보의 경쟁에 관심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다가 수년 동안 선두를 지켜왔던 박근혜 후보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전략으로 인해, 삼성 애플에 밀린 노키아처럼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 직전까지 단일화를 최대한 미루면서 노이즈 마케팅 전략으로 박 후보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각자 지지층을 최대한 늘리고 다진 뒤 극적인 단일화를 통해 각자 확보한 지지세력을 그대로 ‘표’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신동엽 교수는 “과점 시장에서 라이벌 기업이 서로 경쟁적 우위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다 보면 두 기업 모두 영역이 조금씩 넓어지고 결국에 가서는 시장을 통째로 흡수하게 된다”며 “주도권을 위협받은 기존 기업은 ‘기존 시장 지키기’보다는 두 기업에 없는 새로운 것을 발굴해 시장의 판을 바꾸거나 어젠다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대통령 사주’ 따로있다? 운명으로 본 대선후보

[채널A 영상] 안철수-문재인, 야권후보 단일화 선호도는?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안철수#문재인#노이즈 마케팅#단일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