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확대로 지방재정 흔들… 한국, 스페인 위기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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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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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硏 보고서 지출증가율 年 14.3% 달해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대해 국가가 지원을 강화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5월 재정위기 긴급대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중앙정부에 돈을 더 달라고 손을 벌린 것이다. 인천시는 심각한 재정난 속에 4월 직원 봉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중국에서 지방정부의 재정 부실이 나라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제금융 신청을 눈앞에 둔 스페인에서는 발렌시아 지방정부의 부실이 현재 위기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7일 ‘해외 지방재정 위기의 주요 원인-우리나라는 어떠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스페인 등이 겪는 지방재정 위기의 원인을 사회복지 지출의 과도한 확대와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한 지방 공기업의 부실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섬뜩할 정도로 닮은 양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에서는 1990년대 선거공약 경쟁으로 지방정부들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확대하면서 사회공공서비스 분야 지출이 급증했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도 스페인 지방정부들은 오히려 사회공공서비스 지출을 확대해 2008∼2010년에만 지출이 6.2% 증가했다.

한국 지자체의 사회복지 지출 증가세는 스페인보다 훨씬 높다. 2006년 15조3000억 원에서 2011년 28조5000억 원으로 연평균 14.3%씩 늘었다.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공약이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스페인과 닮은꼴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방정부들이 문화·교통시설을 무분별하게 늘리면서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2005년 99억 유로(약 14조 원)에서 2011년 232억 유로(약 33조 원)로 급증했다. 이 역시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국의 지방공기업 부채는 2008년 약 47조 원에서 2010년 약 63조 원으로 늘었다.

이 보고서는 “지자체들이 철도, 대교, 도로 등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이면서 도시개발공사 같은 산하 지방공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늘렸다”며 “부동산 경기 불황에 지방 공기업의 재무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돼 지자체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천시의 경우 인천도시철도 연장사업이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허원제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국 지자체들의 부채 규모 자체는 유럽에 비해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는 몹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스페인과 같은 나라를 거울삼아 지방재정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복지#지방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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