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이해찬, 증세없이 매년 30조원 복지예산 가능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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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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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철회로 10조원 마련” 부자감세 이미 축소… 年10조 마련 불가
“토목공사 중단하면 또 10조원” 올 4대강 3200억뿐… 野도 “SOC 증액”

《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1일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5년간 연평균 30조 원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실시하는 최소한의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있는데, 한 푼의 증세 없이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부자 감세’를 철회하면 연간 10조 원이 걷히고, 4대강 공사 같은 ‘혈세 탕진’ 토목공사를 중단하면 10조 원이 줄고, 연간 예산증가율로 마련되는 추가재원 10조 원을 합치면 30조 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복지확대 방안의 재원을 이런 식으로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증세 없이 매년 30조 원의 추가재원 마련’이라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많은 재정전문가 사이에서 “근거가 불확실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 최근 정책변화 반영 못해

이날 이 대표는 ‘부자 감세’ 중 어느 부분을 철회한다는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민주당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로 2012년에 20조9000억 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이 대표의 언급은 ‘부자 감세’의 절반을 줄여 1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시 민주당이 밝힌 ‘20조9000억 원’은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산에 근거하고 있다. 예산정책처가 2009년 내놓은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보고서는 2008년 도입된 감세정책으로 5년간 총 90조1533억 원, 2012년에만 24조4345억 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정부가 일부 감세정책을 철회함에 따라 감소 폭이 다소 줄어 20조900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 수치가 이후의 세제정책, 경제상황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소득세 하위구간 세율 인하에 따른 서민·중산층 감세 부문이 포함돼 ‘부자 증세’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자 감세’의 핵심인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2010년 국회에서 폐기됐다. 또 2011년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올해 소득세 과세표준 최고구간 신설 등으로 부자·대기업 증세가 이뤄졌다. 최고세율 유지로 연평균 7500억 원, 임투공제 폐지로는 9500억 원, 과표 최고구간 신설로는 6400억 원의 증세 효과가 났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민주당이 최근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대상자를 기존 ‘과표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예상한 추가 세수증대 효과는 3791억 원. 스스로 내놓은 부자증세안의 26배나 되는 10조 원을 이미 위축된 ‘부자 감세’를 더 줄여 마련하는 게 가능한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 SOC 예산, 여야 막론하고 증액 요구

4대강 등 토목공사 중단으로 10조 원을 확보하겠다는 주장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이 대표적 낭비사업으로 꼽는 4대강 사업의 경우 4년간 총 22조 원(수자원공사 부담 포함), 연평균 5조5000억 원이 투입됐다. 그나마 올해는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는 해여서 3205억 원만 집행된다. 게다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전형적인 지역민원 예산이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매년 증액을 요청하는 분야다. 시장이 민주당 소속인 인천시가 아시아경기 주경기장 건설을 위한 국비 지원을 요청한 게 대표적 사례다.

또 4대강 등 SOC 사업은 집행 기간이 끝나면 예산 지출도 끝나지만 복지는 한 번 제도가 만들어지면 지속적으로 예산이 나가기 때문에 토목 부문을 줄여 복지를 늘린다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또 연간 예산증가분으로 마련한다는 10조 원 역시 개별 항목별로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서 10조 원을 복지 쪽으로 전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증세나 감세철회 모두 소비나 투자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실질 세수를 오히려 줄어들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10조 원씩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해찬#복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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