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대선 스케줄… 공약도 모른채 투표해야 할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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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의 선거전이 이례적일 만큼 ‘거북이 행보’를 보이면서 여야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 복지, 일자리 등 사회적 난제에 대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낼 것으로 예상돼 검증시간 부족으로 포퓰리즘 공약을 걸러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원래 여야는 당헌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6∼8월에 경선 절차를 마무리하도록 되어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120일 전인 8월 21일까지, 민주통합당은 ‘상당한 사유’가 없다면 180일 전인 이달 22일까지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1강’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아직 공식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대선 후보는커녕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9일)부터 치러야 한다. 여기에 한동안 런던 올림픽이 2002년의 월드컵처럼 ‘이슈의 블랙홀’로 작용할 것이어서 여야 모두 올림픽 이후에나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없는 민주당은 새 지도부를 꾸리고 경선 룰을 매듭지은 뒤 빨라야 9월, 늦으면 10월에 후보를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아직도 출마 선언을 미루고 있는 당 밖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할 경우 거쳐야 할 범야권 후보 단일화까지 고려하면 11월에야 후보를 최종적으로 결정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전 대선 때와 비교해도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 공약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한 2002년 대선의 경우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이미 그해 4월에 노무현 후보를, 야당인 한나라당은 5월에 이회창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노 후보의 대표 공약인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9월에 제시돼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 최종 경선이 8월 20일에 열려 이명박 후보를 선출했다. 새누리당이 요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5년 전에는 이미 그해 5월에 ‘양강’이던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경선 룰 협상을 끝냈다. 두 후보는 그해 초부터 다양한 공약을 발표했다. 이명박 후보가 경제 공약인 ‘747 비전’을, 박 후보가 이른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우는) 공약’을 발표한 것은 그해 3월이었다. 이 후보는 대선 한 해 전인 2006년 10월 유럽을 방문해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대선 스케줄이 늦어진 데는 4·11총선이라는 변수가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 상황에서 예비후보가 혼자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 문재인 민주당 고문 등 여야 주자들은 이런 이유로 대선 스케줄을 모두 총선 이후로 미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묻지 마 식 투표’를 피하고 최소한의 공약 검증을 위해 여야 간의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총선 때 동아일보 매니페스토 자문교수단을 이끌었던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후보 선출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약검증 토론회 개최 횟수를 늘리는 등 여야가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 네거티브 선거가 판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대선 스케줄#공약#투표#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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