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 주사파 국회입성 논란]“종북 의원, 군사기밀 다 들여다볼텐데…” 국방부 노심초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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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죄 전력 있어도 ‘금배지’ 방패 삼아 열람 가능

‘종북세력 국회 진출 저지’ 촛불집회 한국시민단체협의회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 청계광장에서 ‘종북세력 국회 진출 저지를 위한 시민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종북세력 국회 진출 저지’ 촛불집회 한국시민단체협의회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 청계광장에서 ‘종북세력 국회 진출 저지를 위한 시민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간첩죄로 복역한 사람들이 ‘금배지’를 방패 삼아 각종 민감한 군사기밀을 다 들여다볼 텐데 이를 그냥 두고 봐야만 하겠느냐.”

군 고위 당국자는 24일 종북(從北)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의 19대 국회 입성을 앞두고 이같이 우려했다. 실제로 군 안팎에선 주사파 등 종북 성향이 짙고 이적 행위로 법적 심판을 받은 전력이 있는 통진당 의원들에게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사기밀을 노출시켜선 안 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특히 한국군의 대북 군사대비태세와 관련된 중요한 군사기밀이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 통진당 의원들에게 고스란히 제공되는 상황을 군 당국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현행 군사기밀보호법상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의정 활동에 필요한 군사기밀을 국정감사 자료 요청과 대면보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다. 국방위 소속 의원의 보좌관 대부분에게도 2급 이하의 군사기밀을 군 당국으로부터 언제든지 보고받고 열람할 수 있는 ‘비밀취급 인가증’이 지급된다.

국방위에서 다루는 군사기밀의 범주에는 유사시 대북 작전계획(OPLAN)과 관련된 내용은 물론이고 정밀유도무기와 이지스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 육해공 주요 전력의 배치 현황과 보유량 등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될 민감한 사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국지도발 대응 계획이나 핵심 전력증강 계획도 여기에 속한다.

만약 통진당의 종북 성향 의원들이 국회 국방위로 진출해 이런 군사기밀의 열람을 수시로 요구할 경우 국방부는 관련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협조해야 하는 처지다.

군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국회의원이라 해도 종북 논란을 빚거나 간첩죄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 군사기밀을 제공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군 수뇌부도 이런 상황을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주사파로 분류되는 통진당 의원들이 취득한 군사기밀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세력에 유출되는 등 악용되지 말란 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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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군 안팎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국방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은 국회의 논의 상황을 관망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종북 논란 의원들의 국방위 진출을 막아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회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안보와 국익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며 “현재로선 국회 차원에서 종북 논란을 빚거나 간첩죄 전력이 있는 의원들의 국방위 배정을 제한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통진당의 종북 논란 의원들이 국방위로 진출할 경우 국회의원에 대한 군사기밀의 공개와 열람 규정을 강화하거나 더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럴 경우 국민의 알 권리 침해와 과도한 군사기밀 보호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도 각종 대북 관련 비밀정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비밀취급 규정에 따라 입법부의 자료 요청에 응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비밀정보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있는 만큼 다른 안보부처와 협의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그동안에도 북한 급변사태 계획 등 민감한 정보는 국회에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NCND)’는 태도를 취해 왔고, 비밀정보도 행정부 재량으로 비공개 결정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도 규정상 국가안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민감한 북한 관련 정보 제공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응할 방침을 시사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국정감사법상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 경우는 공식 문서 제공 대신 열람만 허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통합진보당#북한#주사파#군사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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