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에 피해 안주려고? 무단방북 노수희 2개월째 北유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1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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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희 부의장, 김정일 추모 이어 59일째 `참관·유람'
일각선 "여론뭇매 동지들에 피해 안주려 귀환 늦춘듯"

최근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태로 촉발된 종북논쟁에 자칭 '조국통일운동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들과 함께 투쟁한 동지가 두달 동안 평양에 체류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지난 3월24일 밀방북한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의장대행)이다.

노 부의장은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공동의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의장,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공동대표,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상임대표 등을 역임하며 '반미·반정부·자주통일'의 선봉에 서 왔다.

그는 지난 3월13일에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권연대 공동선언 행사에 참석해 유시민·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전 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노 부의장의 방북 목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 추모행사 참가였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3월25일 그의 방북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의 서거 100일 추모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노수희 부의장이 평양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범민련 남측본부가 성명을 발표했다"며"성명은 부의장이 북을 방문한 것은 민족의 영도자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북의 형제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자주통일 기운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조국통일전사'답게 노 부의장이 방북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조국통일의 구성'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참배하는 일이었다.

노 부의장은 평양에 도착한 당일 만수대창작사에 세워진 김일성·김정일 기마동상을 찾아 참배했다.

다음날 그는 평양 김일성광장 중앙에 설치된 김 위원장 영정에 범민련 남측본부가 보낸 화환을 보내고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사망 100일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다.

노 부의장은 이후 3월28일까지 매일 김 주석의 생가와 금수산태양궁전,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생가로 선전하는 '백두산밀영' 등을 방문해 '조국통일투사'들이 '민족의 영수'로 예우하는 두 金씨에게 경의를 표했다.

평양에서 열리는 범민련 대표회의에 참가하는 것도 노 부의장의 방북 목적 중 하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범민련 북측본부 최진수 의장, 해외본부 임민식 의장 등과 함께 범민련 북·남·해외본부 대표회의를 열고 "동족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한 이명박 보수세력을 단죄·규탄하자"는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대표회의 공동보도문에 명시한 대로 그는 이제 속히 남으로 돌아와 '반통일보수세력 심판 운동'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다. 당분간 북한에는 그가 참석할만한 큰 행사도 없다.

그러나 노 부의장은 범민련 대표회의 이후 25일이 지나도록 남측의 동지들 곁으로 돌아오지 않은 채 21일 현재까지 59일째 귀빈 대접을 받으며 북한의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다.

18일 조선중앙통신은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17일 평양학생소년궁전을, 18일 평양 만경대남새전문농장을 참관했다"고 전했다. 노 부의장은 14일과 15일에는 묘향산 관광도 다녀왔다.

통신이 이 기간 노 부의장의 행적에 관해 15건이나 보도할 만큼 그는 북한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북한의 명소와 관광지도 두루 둘러봤다. 묘향산을 1박2일 일정으로 두 번이나 다녀왔고 주체사상탑, 개선문, 중앙역사박물관, 하나음악정보센터,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 쑥섬사적지 등 평양의 명소와 서해갑문 등을 찾았다.

정해진 코스에 따라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희천2호발전소, 대동강과수종합농장, 대동강자라공장 등 북한이 '자립경제 위력'으로 선전하는 경제단위도 방문했다.

노 부의장은 북한이 자랑하는 교육의 성과를 보기 위해 금성학원, 창광유치원, 평양학생소년궁전 등도 참관했다.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 공연과 5·1절 경축 은하수음악회 '장군님 식솔' 공연을 관람하는 등 문화예술도 즐겼다. 그의 방북 목적이 '김 위원장 조문'보다는 '유람·관광'에 더 가깝다고 착각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노 부의장이 지금까지 귀환하지 않는 것은 그의 귀환이 통합진보당 사태로 수세에 몰린 '조국통일운동' 세력을 더 난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노 부의장이 아직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통진당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며 "최근 통진당 사건이 확산돼 종북 논란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그가 돌아오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종북세력이 비난의 초점이 된 상황에서 자신의 귀환이 그들에게 더큰 타격이 되리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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