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미사일, 우리 ‘눈’으로 잡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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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 한반도 전역 감시 ‘장거리 레이더’ 기술 개발

우리 기업이 한반도 상공을 손바닥 보듯 감시할 수 있는 장거리 레이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레이더를 이용하면 한반도 상공에 접근하는 모든 비행기는 물론이고 북한의 ‘대포동 2호’ 같은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하는 순간 알아낼 수 있다.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은 1년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탐지거리 400km 수준의 ‘전술대공감시레이더(전술레이더)’ 설계를 마치고 실제 제품 제작 단계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전술레이더 제작 기술이 없어 외국 장비를 전량 수입해 왔다. 이번에 장거리 레이더 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국방기술 자립화와 함께 수출도 기대된다. 비슷한 성능의 외국산 전술레이더의 가격은 대당 200억 원에 이른다.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를 분석해 적 항공기까지의 거리, 방향 등을 알아내는 탐지장비로 국가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필수장비다. 흔히 탐지거리 300km 이상을 ‘장거리 레이더’로 구분한다. LIG넥스원이 개발 중인 전술레이더는 탐지거리 400km 이상으로 서너 대만 설치하면 한반도에 접근하는 적군 비행기, 장거리미사일 등의 전술전략 무기를 감시할 수 있다.

넓은 지역을 살펴보는 전술레이더는 좁은 한반도 땅에서 더욱 유용하다. 북한 상공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적의 미사일 발사와 전투기 출격 여부 등을 즉시 알아낼 수 있다.

날아오는 적국의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전술레이더 외에 적 방향으로만 집중적으로 전파를 쏘고, 미사일의 궤적을 예측하며 따라가는 ‘미사일탐지추적레이더’가 필요하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360도의 모든 방향을 감시하는 전술레이더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탐지추적레이더’가 없는 우리나라는 현재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에 실린 ‘스파이’ 레이더가 레이더 4개를 연결해 모든 방향의 미사일을 추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하지만 전술레이더만으로도 최근 북한의 로켓 ‘은하 3호’ 발사로 우려를 낳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 대응에 도움이 된다. 전술레이더 정보를 활용하면 피격 전(前) 사전경보, 발사위치 보복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美-伊-스페인 이어 세계 4번째 개발 ▼

전민현 LIG넥스원 ISR연구센터 팀장은 “이번에 개발한 전술레이더는 선진국의 레이더와 동일한 수준의 미사일 감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지범위 300km를 넘는 전술레이더는 사용하는 전파의 파장이 단·중거리 레이더에 비해 훨씬 길다. 파장이 긴 만큼 정확도가 떨어져 레이더에 나타난 물체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육상용 장거리 전술레이더를 제작, 판매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도 미국의 록히드마틴, 이탈리아의 셀렉스, 스페인의 인드라 등 3개사뿐이다. 전 팀장은 “복잡한 주파수 파장을 분석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정밀성을 높이는 작업이 가장 까다로웠는데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가 하고 있는 해군함정용 중거리 레이더(탐지범위 100∼200km) 개발에도 2006년부터 참여해 국산화 완료 단계에 들어갔다. 이 밖에 공군용 중거리 레이더도 개발 중이다. LIG넥스원은 중장거리 국산 레이더를 3, 4년 안에 군에 납품할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이번에 개발한 전술레이더 제작 기술을 응용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최장거리 미사일을 추적,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탐지추적레이더 기술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김규진 LIG넥스원 대외협력 상무는 “앞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레이더 국산화에 집중해 한반도 방위시스템 강화에 일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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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북한#北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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