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가 보는 총선]<10·끝>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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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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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의 자격은 반칙없는 깨끗한 플레이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19대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와 축구는 얼추 비슷한 측면들이 있다. 축구는 민족, 국가, 이념과 같은 정치적 요소들이 개입돼 온 대표적인 스포츠이다. 따라서 ‘죽기 아니면 살기’식 경기도 종종 펼쳐지곤 한다. 월드컵, 유럽선수권과 같은 초대형 토너먼트는 우리의 총선처럼 4년에 한 번꼴로 찾아오기에 그러한 대회에서 승부욕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축구는 경기 내적 속성에서도 총선과 닮은 점이 있다. 우리 편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지티브 전술뿐만 아니라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네거티브 전술도 구사되곤 한다. 불과 몇 cm 벗어난 슈팅은 물론이고 순간적인 실책 하나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오심, 편파 판정, 거친 반칙 등으로 얼룩진 경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선거와 축구는 다르다. 그리고 우리의 선거, 정치는 지구촌 최고의 보편적 스포츠로부터 교훈을 얻고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축구는 선거보다 더 많은 준비기간과 훨씬 더 체계적인 과정을 거칠 뿐 아니라 대표 선수의 선발도 월등히 합리적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나설 31개 참가국(개최국 제외)을 가리기 위한 지구촌 예선은 이미 2011년 스타트를 끊었다. 하나의 월드컵이 끝나면 곧바로 4년 후 월드컵을 위한 준비와 심사에 돌입한다. 그만큼 축구에서 장기간의 노력은 필수적이다. 민생과 민의에 한동안 무관심하다 선거철을 앞두고 갑자기 국민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벼락치기’가 축구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선수들 또한 자신의 소속 클럽에서 매주 1, 2회 중요한 경기들을 치른다. 여기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대표팀 감독의 눈에 든다. 국가대표를 원하는 모든 선수는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주 엄격한 검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치에서의 의원들, 후보들도 그럴까?

축구의 또 다른 교훈은 결코 승자들만의 잔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1974년 월드컵 우승국은 서독이지만 이후 축구사에서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지는 팀은 준우승국 네덜란드다. ‘토털사커’의 표상 네덜란드는 서독보다 더 나은 팀, 더 중요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그해의 발롱도르(유럽 골든볼)도 네덜란드의 요한 크라위프의 몫이었다. 1954년의 헝가리는 더욱 극명하다. 월드컵을 들지는 못했지만 페렌츠 푸슈카시, 샨도르 코츠시의 이름은 당시 우승팀 서독의 선수들보다 훨씬 더 인구에 회자된다. 반면 1934년 월드컵을 거머쥔 이탈리아는 파시즘에 힘입은 우승으로서 결코 진정한 최강으로 간주되는 법이 없다.

축구에서는 찜찜한 우승팀보다는 훌륭한 축구를 구사한 팀이 더 오래도록 기억될 뿐 아니라 한 시대를 선도하는 팀으로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한 축구를 구사한 선수들이 더 위대한 전설로 대접받는다. 우리 정당들, 후보들도 한 번쯤 새겨봤으면 하는 대목이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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