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3200km 쏘는데,남한 11년째 300Km”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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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긴급 안보회의 소집 “北로켓 중대한 도발행위”

정부는 19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계획을 ‘핵무기의 장거리 운반수단을 개발하려는 중대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주변 4강 정상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을 계기로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릴 수 있도록 미국과의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서두르기로 했다.

한국은 2001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탄두중량 500kg, 사거리 300km를 넘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10년 넘게 묶여 있다. 반면 북한은 이미 2009년 발사한 장거리로켓이 3200km 이상을 날았다. 이 로켓에 탄두만 실리면 군사용 탄도미사일이 된다. 결국 북한은 한국의 10배가 넘는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확보한 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사일지침과 무관하게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제한을 받지 않아 유사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도록 실전배치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순항미사일이 우수한 정밀도를 자랑하지만 비행속도가 느려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순항미사일은 전투기보다 느린 아음속(亞音速·음속보다 약간 느린 속도)인 반면 탄도미사일은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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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미 양국 간에는 미사일지침 개정을 위한 실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미사일 성능시험 때 사전통보 절차 등 기술적인 내용이 협의되고 있을 뿐 사거리나 탄두중량에 대한 협의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국제사회에 ‘미사일 기술 확산 방지’의 모범을 보여 달라며 지침 개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개발로 핵주권에 대한 국내 여론이 비등했듯이 이번에 북한 로켓 발사 위협으로 한국에서 미사일지침 개정 여론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미사일 협상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에 참여했던 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예비역 소장)은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진작 늘려야 했다”며 “북한의 도발이 분명해진 지금 미국에 재협상을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한반도 제일 남쪽에서 옹진 청진 등 북한 최북단까지 타격할 수 있도록 사거리를 1000km로 확대하는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북한의 행위를 ‘중대도발’로 규정하고 26일 방한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주변 4강 정상 및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이 문제를 협의하는 등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계획을 사전 예고한 배경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당국은 △북한 내부의 결속력 유지라는 1차적 목적 외에도 △53개국 정상이 참가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둔 무력시위 △2·29 북-미 협상 타결 이후 후속 협상을 앞둔 협상력 강화 △한국 유권자의 불안심리 유발을 통한 4·11총선 개입이라는 다목적 포석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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