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연씨와 美아파트 거래’ 경연희씨 13억 받은 이후 행적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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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안내 아파트2채 압류돼 → 노씨 소유라 납부중단?
신분 위조 20억 빌라 추가매입 → 실구매자는 따로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에게 미국 뉴저지 주 허드슨클럽 아파트 두 채를 판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경연희 씨가 또 다른 ‘제3의 아파트’를 사면서 계약서에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격인 사회보장번호(SSN)를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에서 사회보장번호 위조는 연방수사국(FBI)과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행위다.

노정연 씨가 검찰 조사에서 임대한 것이라고 진술했던 아파트를 실제론 노 씨가 매입한 것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단서도 나타났다.

6일 뉴저지 주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경 씨는 뉴저지와 뉴욕을 가로지르는 허드슨 강이 내다보이는 고급 빌라인 헨리온허드슨 빌라 12호(지상 3층, 지하 1층·총면적 350m²)를 26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0억 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인 ‘디드 레코딩(Deed Recording)’에 경 씨는 이전 모든 공식 서류에 썼던 ‘×××-××-×090’이 아니라 ‘×××-××-×874’를 썼다. 이름도 그동안 공식 서류에서 써왔던 ‘Yun Hee Kyong’과 다른 ‘Yeon-Hee Kyeong’으로 기재했다. 미국에서는 철자는 물론 띄어쓰기, 하이픈(-)을 잘못 써도 다른 사람으로 인식돼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채널A 단독영상] ‘노정연 아파트’ 원주인 경씨, 최근까지 한국 있었다

이번 사건을 최초로 폭로한 ‘시크릿오브코리아’ 운영자 안치용 씨(전 언론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는 경 씨가 카지노로 1000만 달러를 잃었던 시점인데 고급 빌라를 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계약서상 명의 양도일 뒤에도 정연씨로 명의 안바꿔 ▼

현지에서는 경 씨는 이 아파트의 실제 구입자가 아니라 단지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앞서 경 씨가 노정연 씨와 계약한 허드슨클럽 435호의 계약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허드슨클럽 아파트 두 채 중 435호 명의자인 경 씨(모친과 공동 명의)는 2007년 10월 5일 공증인(엘리사 서)이 배석한 가운데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노정연 씨는 이 아파트와 관련해 2009년 5월 검찰 조사에서 “435호는 (소유가 아닌) 임차이며 월세와 보증금으로 5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6일 본보 확인 결과 계약서에는 ‘명의를 2008년 10월 5일 노정연 씨에게 넘긴다(On October 5th of 2008, title will be delivered to Jung Yun Roh)’라고 명시돼 있다. 노정연 씨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400호와 435호의 명의가 여전히 매도자 명의로 남아있는 것도 석연치 않다. 확인 결과 3월 현재까지도 435호는 경 씨와 그의 모친으로 명의가 되어 있다. 400호도 경 씨와 노정연 씨 간의 거래가 끝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경 씨의 측근으로 계약 당시 소유자였던 임 웡 씨(홍콩계 미국인) 소유로 여전히 명의가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안치용 씨는 “명의를 옮기면 노정연 씨가 산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사실상의 명의신탁 형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본보 확인 결과 경 씨가 2009년 2월부터 허드슨클럽 아파트 435호와 400호에 대한 재산세(2월, 6월분)와 관리비를 수개월간 체납해 미 국세청(IRS)와 부동산관리회사로부터 가압류를 당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 씨는 체납 시작 한 달 전인 2009년 1월 환(換)치기를 통해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정연 씨 측이 준 것이 아닌지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돈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는 “(잔금 100만 달러를 받음으로써) 사실상 노정연 씨에게 소유가 넘어갔기 때문에 경 씨가 세금 및 관리비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당초 경 씨의 빠른 출석 조사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귀국이 늦어지자 수사 속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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